주5일근무제를 둘러싼 논란은 그 사안의 중요성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그 의사결정 과정이 그것이다. '주5일근무제를 빠른 시일내에 정착시킨다'는 노사정위원회의 '기본합의'가 있었던 게 작년 10월23일이니 벌써 10개월이 지났지만,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노사간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총론찬성 각론반대라는 해묵은 증상이 여기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노사정위에서 노사간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노동부가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개정안을 마련,정기국회에 내겠다는 것도 처음 보는 풍경은 결코 아니다. 정부 각 부처에 수많은 위원회가 있지만 거의 하나같이 유명무실,빛좋은 개살구에 그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하는 사례다. 노동부는 노사간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할 만큼 했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사정위를 구성한 이상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도 합의를 도출,이를 바탕으로 법을 고치는 것이 순리다. 왜 꼭 이번 정기국회여야 하는지,1년 더 기다리면 경제·사회적으로 어떤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지를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없다면 시한에 쫓기듯 입법을 서둘러야 할 까닭이 없다. 노사정위 합의없이 노동부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어떤 양상이 빚어질지 생각해 봐야 한다. 주5일근무제와 표리의 관계에 있다고도 할 연월차 문제,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노사간 첨예한 이견(異見)을 중간선에서 조정하더라도 국회심의과정에서 집단적인 힘겨루기가 없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상황이 나쁘고 정치·사회적인 갈등요인도 산재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오는 정기국회가 꼭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동부가 단독으로 법개정안을 낸다면 노사정위 내에서의 노사간 논란을 매듭짓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체 산업현장으로 확산시키는 결과가 될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등 탄력적 노동시간제 등에 대해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런 우려는 현실감이 있다. 작년 10월의 주5일근무제에 대한 노사간 '기본합의'는 냉정히 따지면 별 의미가 없다. 언젠가는 우리도 도입해야 된다는데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는 제도를 실시시기와 방법에 대한 합의없이 빠른 시일안에 도입하자고 합의한 것은 따지고 보면 하나의 선언문일 뿐이다. 사안이 중대한 것일 수록 명분과 허울에 취해 쉽게 선언문적인 총론에 합의하고,또 그것이 빌미가 돼 현실적합성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채 제도화를 서두르는 병폐를 이번에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무리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이룰 수 있도록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옳다. 우선 어떤 형태로든 민노총을 참여시켜야 한다. 근로시간문제와 관련,노사정이 함께하는 협상테이블을 마련하자고 요구하면서도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민노총의 진의는 솔직히 말해 이해하기 어렵다. 주5일근무제와 생리휴가·연월차·탄력적 노동시간제를 일괄해서 다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할 것이라는데 민노총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지,아닌지는 나로서는 알길이 없다. 만약 그렇기 때문에,다시 말해서 득실이 모두 있게 마련인 일괄협상의 결과로 조직내에서 반발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봐 노사정위 참여 자체를 이런 저런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라면 책임있는 노동단체라고 하기 어렵다. 어쨌든 정부는 민노총을 나오도록 하는데 좀더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좋다. 주5일근무제-탄력적 노동시간제 일괄협상 결과에 대한 그들의 반론은 그만큼 설득력을 잃을 것이고,따라서 산업현장에서의 이 문제로 인한 분쟁도 줄어들 것이니까. 민노총도 참여하는 노사정위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올 정기국회에서는 주5일근무제 관련법 개정은 미루는 것이 좋다.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번 정기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국회적 성격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 본사 논설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