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숨쉬기를 멈추다시피 했다. 활력을 잃어버린 시장에서 생명력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 외환당국에 의해 조장된 지지선이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데다 업체들의 실수 거래가 자취를 감춘 것이 주요인. 밤새 달러/엔의 변동에 의해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이며 월말 분위기가 익어감에 따라 물량 부담감도 점차 가중되고 있다. 대내외 변수의 변화에 따른 시장 흐름을 당국도 받아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28일에는 1,280원 하향 돌파를 위한 재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0.30원 내린 1,280.9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후반에 이어 사흘째 하락했으나 지난 금요일과 같이 철저히 제한된 범위내의 무기력한 등락에 그쳤다. 개장초 오름세에서 내림세로 반전하면서 1,280원 하향 돌파를 위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 했으나 국책은행의 매수세가 나온 데다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감이 강해 결국 실패했다. 또 위쪽으로의 상승을 위한 모멘텀도 전혀 없어 위아래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이 상충됐다. 또 현물 거래량도 지난 금요일에 이어 2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19억950만달러를 기록하는 유동성 부족을 드러냈다. ◆ 1,280원 철옹성 아니다 = "시장 분위기는 명백하게 아래쪽이다. 다만 기업들의 실수가 따라주지 않아 시장은 고정됐을 뿐이다"고 한 시장관계자는 말했다. 달러/엔의 상승 시도가 번번히 막히는데다 월말 업체들의 네고물량이 나올 것을 기대한 시장은 달러매도(숏)마인드가 우세하다. 관건은 언제 네고물량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느냐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분위기만 아래쪽으로 가 있고 오히려 1,280원선에서 결제수요가 물량을 흡수하고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가 1,280원을 지지했다"며 "시장 유동성이 부족한 것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120엔 초반이 유지되지 않으면 숏마인드는 지속될 것"이라며 "밤새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없다면 내일은 1,277∼1,282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미국 GDP 수정치 등 경제지표가 달러/엔에 방향 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세계 통화들의 분위기가 달러 약세가 지배적이라 원화도 이에 거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국도 1,280원을 마지노선으로 두고 막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이 선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재료, 수급요인 고정 = 시장 주변 여건은 하락쪽이 우세했다. 120엔대로 올라 오름세를 유지했던 달러/엔을 제외한 상승 요인은 전혀 없었던데다 월말 분위기를 탄 물량 부담과 증시 등의 여건은 하락을 조장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달러/엔의 움직임은 120.10∼120.50엔에 고정된데다 수급도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분 현재 120.20엔을 기록중이다. 지난주 말 뉴욕장을 120.09엔으로 마감한 바 있는 달러/엔은 이날 뉴욕 증시 강세 등을 이유로 120.50엔까지 오른 뒤 수출업체의 달러매도로 오름폭을 축소했다. 일본 구로다 재무관의 엔 약세 유도 발언이 있었음에도 시장은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업체들은 여전히 부진한 거래양상을 보였다. 월말 장세에 맞춘 네고물량 공급도 수출 부진으로 원활치 않으며 기준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해 쉽게 물량을 털지 않았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매수에 나섰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월말 네고물량 부담을 느끼고 NDF정산관련 매물이 있었음에도 최근 1,280원 하향돌파 시도를 하다가 좌절되면서 포지션 커버로 막판 오름세를 탔던 경험이 추격 매도를 막았고 월말이라는 점을 감안, 매수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1.80원 오른 1,283원에 한 주를 연 환율은 오름폭을 줄이며 9시 42분경 1,281.10원을 기록,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환율이 달러/엔이 120엔대로 재진입하는 상승세에도 불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1,282.50/1,284원에 거래를 마감한 흐름을 반영했다. 이후 환율은 약보합권내에서 흐르면서 10시 16분경 1,280.20원까지 내린 뒤 일시적으로 1,281원선을 가기도 했으나 대체로 1,280원선에서만 등락하며 1,280.6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내린 1,280.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0원까지 저점을 낮췄으나 달러 매수가 나오면서 추가 하락은 좌절됐다. 이후 환율은 1,280.20∼1,280.80원이 극도로 좁은 범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흐름을 이었다. 장중 고점은 1,283원, 저점은 1,28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3원에 그쳤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117억원, 17억원의의 주식 순매수를 기록했다. 사흘째 순매수를 이은 외국인은 지난 17일 두 시장을 합쳐 1,209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한 이후 6거래일만에 1,000억원이 넘는 순매수에 나섰다. 장중 환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이틀 뒤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1억6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29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5,700만달러, 3억6,000만달러가 거래됐다. 28일 기준환율은 1,280.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