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울산점이 문을 연 지난 24일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 일대는 하루종일 혼잡의 극치를 이뤘다. 이날 하룻동안 약 30만명 인파가 점포에 다녀갔다. 쇼핑금액도 20억원을 넘었다. 롯데는 관객동원에 대성공을 거뒀다. 인파의 물결은 일요일인 26일까지 이어졌다. 점포 관계자들은 24∼26일 점포방문객이 약 70만명이라고 집계했다. 울산인구 1백6만명의 70%에 해당한다. 유통 대기업의 막강한 파워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과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자리잡은 현대백화점 울산점.사흘간 매장이 평소보다 한산했다. 우울한 건 골목시장 상인과 구멍가게 주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태화강 남쪽은 서울에서 내려온 백화점들이, 북쪽은 대형 할인점들이 장악해가기 때문이다. 울산은 바로 한국 유통시장 내부에서 변화하는 바람의 강도와 풍향을 상징하는 단적인 사례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대형 점포들의 셔틀버스 운행을 법으로 금지했다. 취지는 영세상인과 버스.택시 운수업자들의 영업이 잘 되도록 뒷받침하자는 것.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동네 슈퍼를 경영하는 사람들 중엔 "셔틀버스가 다니는 모습만 안봐도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매출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도 상당수 있다. 대형 유통기업에 대한 적개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수년내에 극소수 대기업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학계 기업 등이 총체적으로 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경제논리도 중요하지만 사회통합 등 거시적 접근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공무원들이 내놓는 대책이란게 한결같이 선거용이거나 면피용 일색이다. 역설적으로 유통 대기업들이 이 일에 적극 나서면 어떨까. 장사도 잘 하고 그릇이 큰 유통기업이 나와야 유통업계도 '장사꾼이 뭘 안다고…'란 삐딱한 시선을 받지 않을 것이다. 월마트가 저절로 미국 1등 기업이 된게 아니듯이.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