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주말을 앞두고 1,281∼1,282원 언저리에서만 등락하는 무기력한 흐름을 보였다. 달러/엔 환율을 제외한 재료가 없는데다 수급도 한쪽으로 기울지 않아 박스권 흐름이 자연스레 조장됐다. AIG컨소시엄이 현대투신 인수조건 변경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음에도 환율은 무시했다. 월말 네고장세의 돌입과 달러/엔의 하향 전망이 다음주 거래 범위를 소폭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60원 내린 1,281.2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뉴욕장에서 119엔대로 내려선 달러/엔 영향으로 내림세를 나타냈을 뿐 오전장은 1,282원선에, 오후장은 1,281원선에 판박이 장세였다. 장중 등락폭은 2원에 불과해 지난 6월 25일 1.80원이후 올 들어 두 번째로 좁은 범위에서 이동했다. 현물환 거래량은 2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18억7,170만달러를 기록, 이달 중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 1,280원 하향 테스트 한다 = 당국에서 견고한 지지선을 형성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1,280원을 깨는 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6일 1,278.20원을 기록한 외에 이달 들어 거의 1,280원대에 들어붙은 환율에 모멘텀이 주어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월말임을 감안, 물량 부담이 가중되지만 수출 부진은 네고물량의 출회가 많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좁은 레인지 장세를 탈피하는 것은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을 듯하다"며 "관건은 모멘텀이 어떻게 작용되느냐는 문제인데 역외세력이 1,280원에서 NDF정산관련 롤오버를 포기하는 것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일본 정부의 개입에도 오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118엔대로 내려설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주 거래는 1,270∼1,285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월말을 감안해 하향 압박을 받아 레인지가 내려올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9월을 앞두고 전자업계의 네고물량이 나오는 경향이 많아 이를 감안하면 1,277∼1,285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외부변수의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1,280원에 지지대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당국을 감안하면 역외세력이나 업체 실수가 장을 주도해야 환율이 무기력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국의 지지선도 이들의 움직임에 연동돼 변화될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 무기력한 흐름 조장 =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분 현재 119.75엔으로 약보합권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날 뉴욕장에서 119.83엔으로 마감한 바 있는 달러/엔은 개장초 119.90엔대의 오름세를 탔으나 추가 상승에 실패하고 내림세로 돌아섰다. 시오카와 재무상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는 발언을 거듭했으나 시장은 무시했다. 역외세력은 오전중 NDF정산관련 매수세에 나서기도 했으나 오후에는 조용해졌으며 정유사의 결제수요가 오전중 잠시 비취기도 했다. 주말을 앞두고 포지션을 과도하게 가져가지 않으려는 은행권은 저조한 거래를 보였다. 장중 변동성이 극도로 적어 이익실현 기회를 잡지 못한데다 방향을 잡을 수도 없는 흐름이었다. 기업 실수 물량이 따라주지 않아 수동적인 거래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80원 낮은 1,282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1.70원을 찍은 뒤 낙폭을 조금씩 줄여 10시 6분경 이날 고점인 1,282.90원으로 되올랐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이 119엔대로 내려선 달러/엔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1,284/1,285.50원에 마감한 것을 따랐다. 이후 환율은 오전 마감까지 1,292원선에서만 게걸음하며 1,282.3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오른 1,282.4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282.60원으로 오른 뒤 추가 상승이 막히자 달러되팔기(롱스탑)가 촉발돼 2시 14분경 1,281.30원까지 내렸다. 이후 환율은 1,281원선에서 움직이다가 3시 34분경 이날 저점인 1,280.90원까지 내린 뒤 마감까지 1,281원선을 거닐었다. 장중 고점은 1,282.90원, 저점은 1,280.9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2원에 그쳤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97억원, 14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전날에 이어 주식 순매수를 보였으나 환율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2억6,2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89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1,730만달러, 2억9,650만달러가 거래됐다. 25일 기준환율은 1,282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