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기업을 잡아라'. 자금운용에 애로를 겪고 있는 은행들이 대우조선 남광토건 일동제약 등 부실의 늪에서 벗어난 회생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부실을 말끔히 털어낸 만큼 돈을 떼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3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한 대우조선 자금부에는 요즘 시중은행 영업담당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은 그동안 금융계로부터 '미운 오리새끼'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3년치 수주물량을 확보중이고 3천억원 가량의 현금을 유보하고 있는 우량기업으로 변해 있다. 은행으로선 놓칠 수 없는 VIP고객인 셈. 대우조선의 김인중 자금부장은 "여러 은행의 영업담당자들이 방문해 '우리 은행과 거래를 터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 하나 등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씨티 등 외국계 은행도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김 부장은 "당장은 대출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은행들이 주로 신용장(LC)한도를 확대해 주거나 유산스(기한부신용장) 이자율을 경쟁적으로 낮춰 주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을 주관했던 산업은행도 대출 준비에 들어갔다. 산은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간 동안에는 대우조선이 설비투자를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시설자금도 대출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남광토건,워크아웃 자율추진상태인 일동제약 등에도 시중은행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최근 일동제약에 1백억원을 대출해 줬다"면서 은행들이 돈을 서로 못 빌려줘 안달이 나 있다고 전했다. 남광토건의 워크아웃 주관은행인 하나은행의 박종윤 차장은 "돈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은행들이 많지만 현재로서는 회사에 자금이 남아도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부실기업이 채권단의 지원 등에 힙입어 부실을 말끔히 정리하고 정상기업으로 변신했다는 것은 일단 재무상태를 대외적으로 검증받았다는 의미"라면서 "이 경우 대출의 부실우려가 일반 기업보다 적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