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수익성을 높이라고 지시하고 다른 쪽에서는 대출금리를 왜 안 내리냐고 닦달하면 어떡합니까"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하다는 비판에 대한 한 시중은행 임원의 항변이다. 그는 "대출금리에 시장실세금리가 떨어진 것이 반영되려면 적어도 6개월 가량 걸린다"며 "은행들의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은행측의 이같은 입장에는 일견 일리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수익성 제고를 누차 강조해왔다. 외국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차인 예대마진율은 3.5~4%포인트대에 이른다. 국내은행은 2.5~3%포인트대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이같은 점을 앞세우며 예금금리를 더 내려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입장은 또 다르다. 두달 연속 콜금리를 인하한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왜 콜금리를 인하했는지 모르느냐"며 대출금리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한은이 물가상승을 걱정하면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내린 만큼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내려 기업들에 돈이 흘러가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은행들은 틈바구니에 끼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알고보면 이런 딜레마는 은행들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외환위기 직후 생존을 위해 고금리로 끌어들였던 예금이 아직도 은행에 많이 남아있다. 시장금리 연동대출을 늘리고 있다지만 여전히 연9%가 넘는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에 고정된 대출이 전체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출금리에 의존해 온 은행의 영업관행이다. 외국의 은행들은 이익구조에서 예대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대이고 각종 수수료 수입이 더 많다. 반면 국내은행들은 여전히 이익의 70%대를 예대마진에서 얻고 있다. 구조적으로 대출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게 돼 있다.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금리를 제때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은행들이 수익기반을 넓혀가는 것뿐이라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하지만 지금 우리 은행의 경영행태를 보면 대출금리 인하를 놓고 고객들과 벌이는 입씨름이 창구에서 사라지기를 기대하긴 아직 이른 것 같다. 김준현 금융부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