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 철도구조개편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던 과천 시민회관.주최측의 요청에 따라 시민회관내 별도 장소에서 공청회 시작을 기다리던 주제발표자와 필자를 포함한 7명의 지명토론자들에게 철도노조의 실력행사로 공청회가 무산됐다는 통보가 온 것은 2시30분경이었다. 수백명이 이미 행사장을 점거하고 있는데다 영주 등 지방에서도 노조원들이 추가로 상경할 예정이어서 공청회 강행이 불가능해 "서면 공청회"로 갈음하겠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에 지명토론자들은 노조에게 공청회장을 점거당한 주최측의 무성의와 정부가 원칙없이 노조의 실력행사에 굴복하면 정부 권위는 뭐가 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주최측인 건교부 철도구조개혁단 관계자의 장황한 변명이 시작됐다. 공청회장 점거시에 대비 과천청사 대회의실을 예약해뒀으나 공교롭게도 장관 취임식이 오후 6시경에 예정돼 있어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변명했다. 지명토론자 9명중 2명을 노조에 할애했고,자유토론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겠다는데도 철도노조가 무조건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니 어쩔 수 없다는 고충도 털어 놓았다. 물론 이날 공청회를 무산시킨 1차적인 책임은 철도노조에 있다. 공청회란 그야말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공론의 장인데도 그 자체를 실력으로 봉쇄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가 없다. 그러나 공청회를 실력저지 당하는 "망신"을 당하고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교부의 "대담"함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례가 누적되다 보니 정부권위가 땅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공청회 무산과 관련한 '망신불감증'은 신임장관이 취임식을 갖기도 전에 일어난 헤프닝이었다. 그러니 신임장관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임 건교부장관은 이번 헤프닝이 장관이 취임하는 잔칫날 제를 뿌리지 않겠다는 부하들의 과잉충성이 빚어낸 결과는 아닌지 곰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경환 (經博)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