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난해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는 보도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카드사용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우선 신용사회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더구나 정부가 카드복권제 실시와 소득세공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정책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사용내역에서 현금서비스 비중이 65%나 된다는 것은 반길 일만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조사전문지인 닐슨 리포트(본지 21일자 1면)에 따르면 비자와 마스타카드의 지난해 사용실적은 한국이 1천2백72억6천6백만달러로 경제규모가 10배가량이나 큰 일본의 1천1백43억4천1백만달러를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자와 마스타카드 발급은 일본이 9백21만장으로 한국의 3백47만장보다 훨씬 많아 카드당 사용액은 한국이 3천6백60달러로 일본의 1천2백41달러에 비해 거의 3배에 이르러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는가는 카드 사용내역을 들여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구입보다 현금서비스 카드대출 등 금융서비스가 65%에 달해 일본의 20%대 초반수준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개인파산이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학생 청소년들이 카드를 쉽게 발급받아 흥청망청 쓰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정부의 신용사면 정책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가 계속 증가,6월말 현재 2백75만명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국이 카드회사에 대해 현금서비스 비중을 낮추도록 직접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현금서비스 비율을 설정하고 한도를 정하는 것은 영업을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를 강력히 시행할 경우 악덕 사채업자가 더욱더 활개칠 여지를 제공,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해야할 일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과 연체금리를 적정수준으로 내려 공정경쟁여건이 조성되도록 유도하고, 과다한 경품으로 카드가입을 유인하는 불공정 행위 등을 규제하는 감독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업계가 규모의 경쟁보다는 영업이익을 우선시 하는 경영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카드회사와 소비자들이 다같이 무절제한 카드사용의 병폐를 스스로 깨닫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