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지나치게 강한 달러가 미국경제를 예상보다 더 약화시키고 기업들의 실적악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강한 달러가 초래한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전세계의 통화당국들은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통화 정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터키와 브라질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외환시장에서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멕시코 등 다른 신흥시장국가로 통화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불안정의 뿌리는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세계 3대 주요 중앙은행들의 정책에 있다. 현재 이들 3개 은행은 모두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통화안정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한때 활기찼던 경제를 끌어내리고 금융시스템을 파멸직전까지 몰고간 디플레이션을 멈추게 할 능력이 없다고 공식 선언한 상태다. ECB는 유로화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FRB가 올들어 수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한 것은 FRB가 그동안 금리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유지했고 너무나 오랫동안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중앙은행의 실패는 통화정책에 가이드를 제공하는 경제통화이론의 실패를 의미한다. 강한 달러가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 논리에 따르면 가장 약한 통화를 가진 나라는 가장 강한 경제를 보유하고 있어야한다. 그러나 터키나 인도네시아 등 가장 약한 통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경제도 매우 약하다. 또 경제이론에 따르면 금리를 인하시키는 나라의 통화는 약해지고 금리를 인상하는 나라의 통화는 강해져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달러는 FRB가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강해지고 있고 브라질과 터키는 통화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금리를 올렸으나 헤알과 리라의 가치는 오히려 급락했다. 현실과 이론의 충돌은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대한 회의를 증폭시키고 있다. 경제이론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림으로써 인플레이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금리는 오르지 않고 내려간다. 그렇다면 금리 인상 정책으로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까. FRB가 금리를 계속 올렸던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됐고 올들어 FRB가 금리를 잇따라 인하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주춤해졌다. 통화정책이 경제성장과 주식시장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 없다면 이 모든 것은 웃어넘길만도 하다. 높은 성장과 평균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는 시기의 특징은 통화안정이다. 대조적으로 통화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평균을 밑도는 성장과 투자수익을 기록했다. 현행 통화시스템을 떠받치는 주요 논리 중의 하나는 통화당국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유연성 자체가 경제와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근원이 되고 있다. 올들어 행해진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많은 사람들이 갈채를 보냈지만 지난해말까지만해도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고 간주,고금리와 긴축 정책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통화불안은 또한 장기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964년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지금과 비슷한 3.5%수준이었으나 우대금리는 4.5%로 현재보다 훨씬 낮았다. 10년국채 발행금리도 4.2%로 지금의 5.2%보다 낮았다. 당시 모기지금리는 5.8%였지만 요즘은 7%를 상회한다. 당시 금리를 낮고 안정되게 유지했던 것은 가격룰에 따른 통화시스템이었다. 브레튼우즈시대에 FRB는 금가격에 따라 통화정책을 폈다. 달러와 금의 일정한 교환비율을 유지시킴으로써 통화정책은 안정된 가격 환경과 예측가능한 통화안정성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전세계적인 통화안정과 평균 이상의 경제성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는 FRB가 명백한 가격룰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금태환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금을 포함한 주요 재화들로 가격체계를 구성하는 방안도 금 하나로만 가격률을 정하는 것보다 훌륭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It is a Mad,Mad Dollar World'란 제목의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