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대우그룹 위기 당시 대우채를 매입,수익증권 등에 편입시켰던 투신사들에 대해 그로 인한 손실을 일반투자자들에게 배상해줘야 한다는 결정이 잇달아 나와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같다. 가뜩이나 당시 정부의 대우채 환매연기 조치가 불법이라며 그에 따른 손실배상을 요구하는 갖가지 법정분쟁이 진행중인 점을 감안해 볼 때 무더기 소송사태로 번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않을까 걱정스럽다. 대우채 매입 손실배상과 관련,새로운 결정이 내려진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투자신탁업법상의 동일종목 유가증권 투자한도가 10%인데도 대우채 편입비율을 최고 25%까지 높인 투신사에 대해 초과투자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배상해줘야 한다는 금감위 분쟁조정위의 의결이고,다른 하나는 당시 대우의 자금사정이 극히 악화된 상태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투신사가 대우채를 신규 취득한 것은 가입고객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기 때문에 응분의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이다. 불특정다수의 자금을 모아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신탁회사의 투자자보호 책임과 의무는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금감위 결정이나 서울지법의 판결은 당연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투신업계는 정책적으로 대우그룹 지원을 유도했던 당시의 경제상황하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위의 발표대로 고의과실에 의한 대우채 과다편입이 있었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이 대우그룹 부도와 대우채 처리과정에서 시장원리보다는 당국의 지시와 협조요청이 기관투자가들에게 더 큰 힘을 발휘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당시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는 불가피했다고 보지만 결과적으로 자본시장 왜곡과 국민경제 부담 가중 등의 후유증 또한 적지 않게 남겼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금감위와 법원의 판결은 투신사들에 대한 판결이라기 보다 '관치금융'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대우채를 둘러싼 소송이 무더기로 쏟아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잘못되면 기관투자가들에게 자사이익과 책임회피에 급급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는지도 염려스럽다. 파장을 극소화하는 방안은 없는지 함께 궁리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