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동 < 인젠 대표이사 bdlim@inzen.com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최신작 'A.I(인공지능)'는 지능만 있는 로봇이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겪는,미래사회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데이비드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테크놀로지의 철학자라 불리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목성으로 향하고 있는 우주선 안에 등장하는 컴퓨터 'HAL'이 있다. 이 컴퓨터는 렌즈와 음성으로 승무원의 심리상태까지 분석해낸다. 인간들이 HAL에 대해 두려워하면서 만약의 경우에는 기능을 제거하자는 이야기를 하자 입술의 움직임으로 이 이야기를 읽어낸 HAL은 우주선 안의 인간들을 적으로 간주하고,인간을 하나씩 제거한다. 그리고 자신의 전원을 인간이 꺼버리려는 순간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목숨을 구걸한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미래사회에 대한 푸른 꿈보다는 암울한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A.I'에 이르러서는 기상이변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그리 인간적이지 않다고 느끼고,오히려 도화지처럼 깨끗한 로봇 데이비드에 동화돼 버린다. 'A.I'는 단순히 미래 로봇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만든다. 우리의 창조물에 대해서,과학기술의 사용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원자폭탄이 발명되고 그 제작자들이 겪었던 도덕적 책임과 같은 고전적인 화두를 다시금 이끌어낸다. 결국 과학은 무죄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유죄인 것인가. 논란이 되는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찬반 논쟁도 결국은 이 화두에서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개발 단계가 윤리와 무관하여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과학자들이 가지는 윤리의식이 계속해서 기술 발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윤리의식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는 과학자들과 보다 많은 이윤을 내려는 사회구조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까. 영화 'A.I'는 계속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영화의 질문에 대해 지금 당장 적절한 대답을 해줄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과학과 윤리라는 화두에 대해 소홀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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