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실수로 애꿎게 가족이 사망하는 등 의료사고를 당한 사람을 주위에서 손쉽게 찾아볼수 있다. 과거만 해도 의료진의 잘못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억울함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송으로 해결하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 전문 변호사들의 "주가"도 뜨고 있다. 이들의 "도움"으로 현재 의료소송에서 환자들의 승소율은 50% 수준으로 높아졌다. 의료전문 로펌 =지난해 3월에 설립된 법무법인 한강은 국내 유일의 의료전문 부티크(중소형 전문 로펌). 이곳 대표인 최재천(39) 변호사는 지난 93년 사실상 국내 최초로 의료 전문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강은 매년 1백50여건을 수임하고 1천5백건 가량을 상담해 줄 만큼 의료사고 피해자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다. 현재 약 5백여건으로 추정되고 있는 국내 의료소송의 약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99년 폐암에 걸려 숨진 김모씨가 사망전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이 한강이 맡고 있는 사건이다. 이에 앞서 한강은 "감기약 부작용에 대한 의사의 책임인정" 등 수십여개의 의료소송을 맡아 선구적인 판례를 얻어냈다. 한강은 의료 소송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재소송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중소형 로펌은 아니지만 장용국(39)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충정도 의료분야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97년3월부터 99년10월까지 의료소송 전담 재판부인 서울지법 15민사부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당시 1백30여건의 의료 소송을 판결하고 1백50여건에 대해 조정.화해를 이끌어 냈다. 충정은 환자들보다는 주로 병원 쪽을 대리하고 있다. 장 대표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백병원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의료 전문 변호사 =로펌에 소속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활약중인 의료 전문 변호사도 있다. 이중에서 신현호(43) 변호사와 전현희(38)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신 변호사는 새로운 판례를 이끌어내 의료소송의 흐름을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자이던 권 모씨를 대리해 국립의료원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이겨 "설명의무이론"을 정착시킨 것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신 변호사는 "이 소송을 계기로 의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가족에게만 설명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환자 본인에게도 반드시 설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뒤바뀐 아이의 부모를 찾아 준 소송을 6건이나 맡았다. 이같은 소송 결과 병원들의 신생아 관리시스템이 "수술대"에 올랐다. 신생아에게 부착하는 밴드가 종전 똑딱 단추 형태에서 한번 채우면 풀지 못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의료소송총론" 등 5권의 저서와 "의료소비자운동의 법률적 분석" 등 20여편의 논문을 쓰는 등 왕성한 저술활동도 벌이고 있다. 전 변호사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 하루 평균 10건 가량을 상담하고 1년에 약 70여건을 수임하는 전 변호사는 의사들과 환자들 각각 절반씩을 대리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교통사고 이후 3군데 병원을 거친 끝에 사망한 고3학생에 대한 소송 전염병 예방백신의 후유증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장기이식을 해 준 환자가 수술후 약물중독이 된 사례 등을 맡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고문변호사,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고문변호사, 농협중앙회 고문변호사 등을 맡으면서 활발한 사회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