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우리나라 항공안전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강등시켰다니 망신스럽고 창피할 뿐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이 하나같이 1등국이고,2등급 국가는 콩고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등 대표적인 후진국들 뿐이라는 점을 되새기면 나라 망신도 보통 망신이 아니란게 자명해진다. 어쩌다가 이런 꼴을 당하게 됐을까. FAA의 지적사항은 항공관련법령과 교육프로그램이 수준이하라는 것이지만,따지고보면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동안 항공기추락 등 사고가 한두건이 아니었지만 그 원인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이 미흡했을 뿐 아니라 대외적인 교섭능력도 수준이하였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FAA는 지난 5월 건설교통부를 대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8개 항공안전기준 준수여부를 조사해 전종목 미달로 평가하고 2등급 예비판정을 내렸으나,건교부의 이에 대한 대처는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게 지배적인 지적이다. 관련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국회탓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국회가 정쟁으로 문제가 없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대외적인 문제를 수반하는 항공법 처리지연은 건교부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5월 이후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만 되새겨 봐도 그렇다. FAA의 또다른 지적사항중 하나였던 항공전문인력 충원을 보면 건교부 행정의 문제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FAA 2차 점검이 임박해서 채용공고를 낸지 4일만에 항공국직원 45명을 뽑았다니,이게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항공사들의 미국 신규노선 취항과 증편이 불가능해지는 등 예상되는 손실만도 1년간 2천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얘기지만 '항공안전이 의심스러운 국가'로 분류됨에 따른 피해는 결코 이런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것만으로도 피해는 계량하기조차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보다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우리 항공에 대한 안전확보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 항공안전도 전반에 걸친 철저한 재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빠른 시일내에 1등급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겉치레나 서두를 일이 아니다. 감사원이 특감에 나선다지만, 정말 이번 기회에 덮어두지 말고 모든 문제점을 까발리고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