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결혼식을 올린 조혜전(28),이준노(28)커플. 두사람 모두 IT업체에 근무하는 전형적인 신세대부부다. 이들은 주말마다 서울 역삼동 집근처 월마트나 양재동 코스트코홀세일같은 할인점에 들려 생활용품 1주일치를 "한보따리"씩 사온다. 주중에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옷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산다. "할인점에서 옷을 팔기는 하지만 최신 패션흐름을 따라잡기에는 웬지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라는 게 조씨의 말이다. 시간에 쫓겨 아침을 걸러야할 때는 집근처 편의점을 찾는다. 편의점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우유로도 적당히 한끼가 해결된단다. "맞춤형 쇼핑"이 보편화되고 있다. 백화점 한 곳에서 모든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필요한 물건을 가장 적절한 장소에서 구입하는 합리적 소비패턴이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혼자사는 젊은 직장인 등이 늘어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같은 추세는 전반적 경기부진에 따른 알뜰소비가 확산되면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생활필수품은 할인점에서=기본적 생필품은 1주일에 한번씩 할인점에서 구입하는 서구식 쇼핑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롯데 마그넷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주 1회 이곳을 찾는 정기쇼핑객들은 전체 고객의 58%로 전년 동기대비 1백20% 가량 늘어났다. 할인점들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패키지를 대형화시킨 대용량제품의 취급비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대용량제품을 한꺼번에 다량 구입하는 요즘의 쇼핑패턴은 매장안에서는 카트문화를,매장밖에서는 자동차쇼핑을 정착시키는 요인이 됐다. ◇편의점은 생활편리점으로=편의점은 택배,금융 등 서비스 이용과 다양한 패스트푸드 구입이 가능한 '생활편리점'으로 특화되고 있다. 혼자 사는 미혼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점포당 70개 정도의 간편식품을 취급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의 경우 올해 초 5%선에 불과했던 패스트푸드 매출(25평짜리 점포기준)이 10%선에 육박하고 있다. 세탁,비디오대여 서비스 등 아기자기한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무인 비디오대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3백여개의 비디오테이프가 들어갈 수 있는 대여기계를 마련해 고객들이 직접 비디오를 빌려갈 수 있도록 만든 것. 서울 신림동 잠원동 등을 중심으로 하루평균 50명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패션상품만='백화점은 옷, 잡화 등 패션상품을 구입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있다. 롯데본점의 경우 패션상품을 취급하는 1∼6층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올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5%포인트 이상 늘어난 65%를 넘어섰다. 경기침체에 따라 현대백화점 반포점,대전 한신코아 등 재고상품이나 B급상품을 정상가보다 싼값에 판매하는 아울렛몰로 변신하는 백화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상원 현대백화점 반포점장은 "식품코너와 은행 등 외형상 백화점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1∼4층에 있는 60여개 의류매장은 유명브랜드의 할인숍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정도 신장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