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의 은행간 추가합병에 대한 언급이 시장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국민.주택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들의 합병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주택은행 합병이 김정태 통합은행장 선정으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고 신한은행도 9월 1일자로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우리금융그룹과 함께 시장을 선도할 3대축이 형성되면서 그 사이에 낀 은행들의 향후 진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3사가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공격적인 시장전략에 나설 경우 중형은행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같은 시장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속에 서울은행의 피인수합병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난 13일 라디오방송에 출연, "매각협상이 진행중이지만 협상내용을 밝힐만큼 성숙된 게 없다"며 "결렬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마련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비상계획 가운데는 국내 시중은행과의 합병가능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흥, 한미, 외환은행 등 어중간한 규모의 시중은행들이 합병파트너로 거론됐다. 서울은행은 현재 정부가 도이체방크 계열펀드인 DBCP와 매각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DBCP는 그러나 정부기대와는 달리 서울은행 경영권인수 의사는 없고 투자목적으로 30%가량의 지분참여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6월말에서 9월말로 연장된 서울은행의 매각시한은 필요할 경우 다시 연말까지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해 서울은행 매각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서울은행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그룹에 편입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금융그룹 소속 자회사들이 시너지효과와는 거리가 먼 행보로 잡음을 내고 있기 때문에 서울은행을 그룹에 편입시켜봤자 부실은행을 추가했다는 부정적 이미지 외에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서울은행이 그동안 충실한 구조조정으로 군살을 제거, 덩치를 키우려는 시중은행의 적합한 합병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합병협상을 진행하다가 중단했던 하나, 한미은행의 향후 전략도 관심사다. 하나은행은 연내 외자유치를 위한 내재가치 증대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한미은행과의 합병협상 재개 가능성도 금융계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민.주택은행 합병과 신한은행의 지주회사 출범으로 가계금융쪽에서 선두주자가 확실히 형성된 반면 기업금융쪽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주자가 없다. 기업과 외환은행, 조흥은행 등 기업금융에 비교우위가 있는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다면 우리금융그룹과 함께 기업금융의 또다른 축으로 시장판도를 다시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은행간 합병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각 은행들은 합병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은 내부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민.주택은행의 공격적인 수신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위기감은 중대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계는 은행간 합병협상이 아직은 잠복해있지만 머지않아 수면위로 떠오를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서울=연합) 진병태 기자 jbt@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