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엔 강세'의 무역풍이 원화를 띄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달러 약세 회오리가 상대적으로 엔화를 강세로 내몰면서 원화 역시 동행하고 있는 형국. 지난주 6월 초 이후 처음으로 1,270원대를 경험했던 환율은 이번주 본격적으로 이 선에 도달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주 환율은 '1,275∼1,290원' 수준을 오갈 전망이다. 급등락을 막고자 하는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 것인지가 환율 하락 범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형성됐던 1,280원에 대한 지나친 경계감은 희석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수출경쟁력과 속도조절 사이의 간극을 놓고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한 당국의 의도는 환율 이동에 의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엔 환율의 방향에 따라 레벨이 결정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상승보다는 하락쪽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5월이후 마감가 기준으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1,280∼1,320원의 견고한 벽은 깨지고 박스권 범위도 1,270∼1,300원으로 내려설 가능성이 커졌다. ◆ 달러 약세는 계속 된다 =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달러화가 힘을 잃고 있다. 세계 경제의 안전판으로서의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화 강세를 유도했으나 최근 분위기는 반전됐다. 미 제조업과 금융계 일각에서 나오는 달러 강세 정책에 대한 비판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중의 하나.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고려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 약효도 떨어졌다는 비판이 달러 강세 정책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주 달러화는 엔화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지난주 121엔대로 뚝 떨어져버린 달러/엔은 상승과 하락 전망이 엇갈리고 있으나 이번주 추가 하락을 이어갈 분위기다. 한때 121.37엔까지 떨어져 차트상 기술적으로 걸린 레벨까지 내려선 바 있으나 이 선을 뚫을 경우 추가 하락이 가능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이번주 환율은 달러에 대한 문제가 제일 큰 관건"이라며 "부시행정부가 달러강세 정책을 단기간이라도 보류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도 "일본 관료들의 구두개입 효과가 전혀 없고 유로화의 강세가 예상되는 점 등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달러/엔이 121엔대를 깨고 내려가느냐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엔화가 강세를 지속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찮다. 미 경제가 나쁘다지만 일본 경제는 이보다 더 취약하며 엔저가 일본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란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경제 연례보고서에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일본은행은 양적인 금융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 달러/엔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나의 키 포인트는 이번주 일본은행(BOJ)이 월례회의를 통해 금융 완화 정책에 대한 가타여부를 결정한다. 정부 관료들의 완화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했을 때 과연 시장의 반응이 어디로 갈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 경우 엔화 약세쪽으로 가지 않고 달러 약세 - 엔 강세가 지속되면 확실하게 균열이 올 수도 있다. 달러 강세의 기조가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주변 통화들이 강세가 유지되면 원화도 홀로 버틸 수 없으므로 강세유지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예상했다. ◆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 여전 = 외환당국의 1,280원에 대한 의지가 견고했다. 지난 10일 장중 1,278.50원까지 내려 6월 1일 장중 1,277.50원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280원 위로 다시 튀어올랐다. 국책은행의 매수세가 있긴 했으나 적극적인 외환당국의 의지가 실렸다기 보다는 시장참가자들이 알아서 1,280원에 대한 경계감을 품은 이유가 더 컸다. 업체, 은행권 할 것 없이 1,280원에 사자(비드)를 대 놓고 있었던 것. 지난 3일 1,280.90원까지 급락했을 때 당국의 구두개입이 있었던 것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다. 수출이 지나치게 나빠지고 있는데 대한 부담감이 환율을 1,280원 아래로 떨어뜨릴 수 없다는 재경부의 의지가 실렸다는 견해도 있다. 10조원의 재정지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등 내수 진작에 나서 경기 회복을 앞당길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이 역시 어려운 작업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기댈 곳 없이 거의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이용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발상이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1,280원을 강하게 막은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엔/원 환율을 감안해도 아직은 1,04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수출이 감소한 것을 단순하게 환율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結?따라 역외세력의 달러되팔기(롱스탑)를 높은 수준에서 하게 해줘 그들만 배불리게 해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주 초 환율의 하향 기조가 드러날 때 당국의 명확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경쟁력을 감안해 1,280원에 지지선을 친 것인지, 단기간에 급락하는 환율로 인한 속도 조절용이었는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공급 요인 우세 = 이번주 환율 하락 전망의 요인 중 하나가 공급우위의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이 상승하는 외에 상승모멘텀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AIG-현대투신증권, GM-대우차 인수가 임박했다는 소식도 원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주 진념 부총리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AIG와의 협상이 이번주내 타결을 볼 것이란 희망섞인 발언을 함으로써 시장은 이미 기대를 갖고 있다. 타결이 돼도 당장은 심리적인 요인에 머물 수 있지만 이후 인수에 따른 외자유치분이 들어오면 공급 요인이 된다. 원화에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다. 또 오는 16일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도물량 3일치가 몰려 4∼5억달러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역외세력이 뜸하게 매수에 나서고 있음을 감안하면 물량 부담이 크다. 장중 전 저점인 1,277.50원을 깨고 내려서려면 시장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지만 아직 불확실성과 휴가철에 따른 느슨해진 시장 분위기가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금리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경기회복 시점은 멀어져 있고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점은 원화에 언제든 부담을 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공급요인은 많은 반면 수요가 없다는 점에서 상충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쪽으로든 쉽게 플레이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은 아니란 지적이다. [표] 은행권 딜러 환율전망치 (2001. 8. 13∼8. 17) -----------------------------------------     딜  러      전망치  전망일 ----------------------------------------- 한미은행 고상준대리   1,275∼1,295  8. 11 보스톤  김영천지배인  1,270∼1,290  8. 10 조흥은행 김병돈과장   1,273∼1,288  8. 11 체이스  김정은차장   1,280∼1,287  8. 10 제일은행 류동락차장   1,270∼1,290  8. 11 한빛은행 박시완대리   1,275∼1,292  8. 11 신한은행 변상모과장   1,270∼1,295  8. 11 스탠다드 양호선부장   1,270∼1,290  8. 10 HSBC  윤희준과장   1,270∼1,295  8. 10 농협   이진우차장   1,278∼1,290  8. 11 국민은행 이창영과장   1,270∼1,290  8. 11 ABN암로 정인우지배인  1,275∼1,288  8. 10 아랍은행 정운갑지배인  1,265∼1,285  8. 10 주택은행 조성익대리   1,270∼1,290  8. 11 BNP   최영석부장   1,275∼1,295  8. 10 NAB   홍승모과장   1,270∼1,287  8. 10 ------------------------------------------ * (단위: 원) ** 전망치는 소속기관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개인 의견임.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