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4백여개의 도매상이 있지만 정작 제약사나 의료기관 또는 약국에 대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몇 안된다. 쥴릭이 제약사의 물류비를 낮추고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데 국내 도매상들은 경쟁력을 높일 생각은 않고 오히려 비난만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스토클링 쥴릭파마코리아 사장은 13일 "국내 도매상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며 "최근 일고 있는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의 반(反)쥴릭운동은 의약품 유통시장의 선진화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위스계 다국적 의약품 유통업체인 쥴릭은 한독약품 한국노바티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파마시아 등 외국계 제약사들과 의약품 독점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국내 도매상들은 지난달18일 가두시위를 시작으로 한달 가까이 "쥴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스토클링 사장은 "그동안 외국계 제약사로부터 약을 받아 42개 도매상에만 공급했고 이 때문에 제외된 도매상들의 불만을 사왔다"며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도매상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은 현재 전체 매출액의 24%를 배송 영업 수금 창고운영 등에 쓰고 있다"며 "쥴릭은 이 비용을 10%이하로 낮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이 의약품 유통에 참여할 경우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70년이상 쌓아온 노하우가 있으므로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고 대기업의 시장참여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스토클링 사장은 "보건복지부가 추진중인 의약품물류조합도 따지고 보면 쥴릭과 같은 형태의 유통체계인데 왜 유독 심한 견제가 들어오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최근 비난의 화살이 쥴릭의 국내 진출을 도와준 한독약품으로 번지고 있는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한독 등 3개 외국계 제약사는 쥴릭에 5%의 지분을 갖고 있고 쥴릭의 한국 진출을 도와줬다. 쥴릭이 의약품 유통을 장악,국내 제약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국내 제약사와 도매상들의 우려에 대해 스토클링 사장은 "외국의 사례를 볼때 거대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일개 유통업체에 의해 영업전략이 휘둘린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잘라 말했다. 그는 "제약회사가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에 전력한다면 쥴릭은 그 나머지 분야를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대행해주는 것 일뿐"이라고 덧붙였다. 쥴릭파마코리아는 지난88년 한국물류서비스(KLS)로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지난95년부터 의약품 유통분야 진출을 시도했으나 도매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하다 지난해5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경기도 화성에 자동화된 대형 물류창고를 갖고 있으며 전국 2만여개 약국중 5천곳에 의약품을 직송하고 있다. 제약사로부터 현금을 주고 약을 사고 약국이나 도매상에는 의약품 공급후 한달 내 대금을 받는 것을 영업원칙으로 삼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