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화 약세를 발판 삼아 소폭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외에 동인이 거의 없었으며 수급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가운데 결제수요가 아래를 받쳤다. 달러 약세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점이 위쪽으로의 시도를 제한하나 시장참가자들간 1,280원에 대한 강한 경계감도 아래쪽 흐름에 제동을 걸고 있다. 14일 발표 예정인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 결과나 다음주 미국의 금리 인하 여부 등에 따른 엔화의 변화상이 원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2원 오른 1,285.50원에 마감했다. 개장초 내림세에서 달러/엔의 반등을 타고 1,286.10원까지 오름세를 탔던 환율은 달러/엔의 오름폭 축소를 그대로 흡수하면서 주로 1,284∼1,285원 언저리에서 주 거래되는 정체장세를 보였다. ◆ 당분간 부동자세 유지 = 향후 전망이 양분된 가운데 달러/엔 동향이 관건이다. 지난주 번번이 막혔던 1,280원에 대한 경계감이 짙고 달러/엔 상승에 기댄 매수(롱)플레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121엔에서 바닥이라는 인식으로 롱마인드가 있으나 달러/엔의 반등도 시원찮다"며 "방향이 없으니 혼조세을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밤새 달러/엔이 121엔 초반으로 가면 1,282∼1,283원선, 122엔 위로 재진입하면 1,286원 이상에서 내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시장 변수가 상반돼 있어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에 따라 내일 환율이 달려있다"며 "1,283∼1,287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로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의 약세 흐름도 제약을 받고 있다"며 "내일 BOJ에서 금융을 완화해도 엔이 약세로 성큼 가기에도 제약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엔의 상승이 유일한 상승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아래쪽으로는 당국 개입에 대한 부담감이 떠돌아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 엔 약세와 '롱'마인드 지지 = 지난주 말 121.98엔에 마감한 바 있는 달러/엔이 이날 오름세를 탄 것과 아래쪽이 받쳐짐으로 인해 매수(롱)마인드가 우세한 것이 환율을 상승으로 이끌었다. 달러/엔은 오후 5시 현재 121.87엔을 가리키고 있다. 도쿄장에서 달러/엔은 17년중 최저치까지 급락한 닛케이지수와 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감소세 등의 악재로 122.40엔대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나 런던장에서 아래쪽으로 밀리며 내림세로 반전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가 14일 종료될 때까지 큰 움직임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달러 약세 흐름이 엔화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 타임즈도 "미국 재무부는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때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5%에 이르는 무역적자와 감소하기 시작한 직접투자를 볼 때 달러화 가치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달러화 약세는 대세인데 현 정책을 계속 유지해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을 재무부는 원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역외세력은 오전장 전반 매수에 나서기도 했으나 달러/엔의 상승세가 122.50엔에 막혀 미끄러지면서 오히려 매도쪽에도 관심을 보이는 등 대체로 혼조세였다. 개장초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이 2억달러 가량 된다는 얘기가 돌아 공급 요인이 될 것으로 봤으나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업체는 1,285∼1,286원 이상에서는 네고물량을 내놓았으나 1,280원에 대한 지지력을 감안한 결제수요가 조금 우세했다. 시중포지션은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0.50원 낮은 1,283원에 한 주를 연 뒤 개장 직후 1,282.60원을 저점으로 달러/엔의 반등을 타고 오름세로 돌았다. 지난주 말 NDF환율이 엔화 흐름을 따라 1,286원에서 1,282원으로 미끄러진 것을 시가에 반영했으나 달러/엔의 상승이 이를 상쇄했다. 이후 환율은 오름세를 타면서 10시 12분경 1,286.10원으로 고점을 높인 뒤 달러/엔의 오름폭이 축소되자 이를 따라 1,284∼1,285원 근처에서 거닐었다.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없는 상황에서 1,285원이 저항선으로 작용했으며 1,284.8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284.8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284.50원선 후반을 거닐다가 2시 9분경 1,283.80원까지 내렸다. 이후 환율은 되오르면서 3시 27분 1,285.90원까지 오른 뒤 소폭 되밀려 잠시 1,284원선을 기록한 외에 주로 1,285원선을 흘렀다. 장중 고점은 1,286.10원, 저점은 1,282.6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3.50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양 시장을 통틀어 주식 순매도를 보여 닷새째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오전장만 해도 거래소에서 주식 순매수를 유지하던 외국인은 오후 들어 방향을 틀어 276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61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주 목요일의 순매도자금 1,124억원중 일부가 역송금 수요로 나와 달러 수요 요인이 됐으나 이날 순매도 자금은 환율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1,2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3,9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4,500만달러, 1억6,570만달러가 거래됐다. 14일 기준환율은 1,284.8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