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창 <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KC4304@smba.go.kr > 벤처업계에 은퇴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경제의 희망으로 존경받으면서 영웅으로까지 불리던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경영 일선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에 창업한 이들은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벤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이들은 후배기업인들에게 새로운 기업문화와 경영모델을 제시했다. 후배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떠나면서 하는 은퇴의 말은 참 아름답다. "지금까지 너무 일만 보고 달려 왔다. 일중독에 빠진 가장(家長) 뒤에 가족들의 희생이 너무 많았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물러나야겠다. 남은 시간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보내겠다" 다른 벤처기업인은 "은퇴는 나이와 관계없다. 최고경영자(CEO)라는 자리는 그 시대에 적합한 인물이 회사를 이끌어가야 한다. 보다 능력있는 경영인이 회사를 끌고 가도록 하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한다. 시티코프 회장을 지낸 제임스 스틸만은 은퇴에 대해 "스스로에게는 일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돼 좋고 다른 동료에게는 명성을 떨칠 기회가 되며 회사에는 현재보다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는 기회"라고 말한다. 철저하게 야인(野人)으로 살면서 사회에서 잊혀져 생활하는 어느 원로는 은퇴란 후배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이들에게 모든 일을 다 넘겨주고 객석으로 내려와 조용히 앉아서 구경이나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은퇴란 잎이 가지를 떠나고 열매가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때가 되면 세상일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은 은퇴 후의 자신을 한유거사(閑遊居士)로 비유하고 은퇴 전의 삶이 타인을 위해 산 시간이라면 은퇴 후의 삶이야말로 진정 자신의 것이며 은퇴 후의 시간은 은퇴 전의 시간보다 3배의 값어치가 있는 삶이라고 쓰고 있다. 옛 선비들은 어진 사람에게 벼슬자리를 물려주고 한가한 마음으로 자연을 벗삼아 지내더라도 찾아오는 손님이 얼마인지를 세지 않았다. 최근 은퇴 후 들꽃을 사진에 담거나 산사에서 역사를 찾고 외국에 나가 선교활동을 하는 등 아름다운 생활을 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