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환경 변화도 금리 역마진 못지않게 보험사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작년 한국의 세대별 생명보험 가입률은 86%. 세대당 평균 가입건수만 3.6건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에 가입한 첫 해에 내는 보험료가 지난 97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르덴셜생명 ING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들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 교보 등 대형 생보사까지 위협하고 있다. 알리안츠제일생명도 국내 보험사와 일전을 겨룰 태세다. 지난 97년(회계연도 기준) 0.3%에 불과했던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작년에 6.2%로 껑충 뛰었다. 괄목상대할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의 수입 보험료 증가율에 비춰볼 때 올해는 전체시장의 8∼9% 가량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신보험 영업에 주력하는 ING생명은 작년 4천6백45억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여 전년 대비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1백85%에 달했다. 보험업계는 매각을 앞둔 대한, 대신생명이 외국계로 넘어가면 외국계 비중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체국보험 및 농.수협 공제사업 등 유사(類似)보험들의 시장 잠식도 만만치 않다. 작년 우체국보험의 수입보험료 규모는 80% 가량 증가했다. 생보업계는 이같은 신장이 정부의 각종 지원에 힘입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체국보험은 사실상 1백% 정부보장에다 예금과 동시 취급하는 이점 때문에 고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보협회 신이영 상무는 "생보사들이 건전성 규제가 없고 법인세를 내지 않는 우체국보험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예금과 보험을 함께 취급하는 방카슈랑스 도입도 생보업계가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정부 방침대로 오는 2003년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은행은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보험업에 참여하게 된다. ING생명은 방카슈랑스를 이용해 국내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을 마련 중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생보사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설계사중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들로서는 체질 개선을 할 충분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를 연기해 줄 것을 바랄게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는 인식을 깔고 경영 체질을 바꾸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