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장이 혹시 더위 먹었나"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최근 추가 은행합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말했다. 합병과 같은 초민감 사안을 그렇게 공공연히 발언한 배경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금감위원장은 지난주말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주택은행에 이어 최근 다른 은행들이 합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합병을 검토중이라며 의견을 물어온 은행이 있다. 그러나 합병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어떤 은행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한미은행 합병추진설과 관련,"전혀 들은 사실이 없고 아는 바도 없으며 맞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그렇다면 서울 한미은행은 아니고 다른 은행이 합병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럴 개연성이 있는 은행은 사실 손에 꼽힌다. 은행가에선 벌써 어느 은행이 어디와 붙을 것이란 설(說)이 난무하다. 물론 해당 은행들은 펄쩍 뛴다. 합병추진 은행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 조차 곤혹스러워 한다. "합병은 원래 베일 뒤에서 다 익혀 놓은 뒤 전격 발표하고 전광석화처럼 추진해야 성공한다. 이는 금감위원장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했을까..."(시중은행 임원) 몇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하나는 금융구조조정을 올해안에 완결해야 한다는 사명감 또는 공명심이 발로일 수 있다. 아니면 합병설을 흘려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관료의 전형적인 애드벌룬성 언론플레이일 가능성도 없지않다. 분명한 건 어떤 것이라도 은행의 합병 성공엔 티끌 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금감위원장 스스로 인정했듯이 실제 합병 추진에 상당한 지장만 줄 뿐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갖가지 추정에도 불구하고 금감위원장의 은행 추가합병 추진사실 공개배경은 궁금증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더위 먹은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차병석 금융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