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기 <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honglaw@unitel.co.kr >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어둠속의 댄서'라는 뮤지컬이었다. 주연을 맡은 아이슬랜드 가수 '비욕'의 수줍음 타는 표정연기도 일품이었지만 그녀의 탁월한 음악이 돋보이는 명작이다. 사연 많은 동구출신 여성이 미국에서 억울하게 범죄에 연루됐으나 변호사 선임료를 마련하지 못해 '교수형'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데드 맨 워킹'이라는 영화도 있다. 어린아이를 강간살인한 흉악범을 '극약 주사'방식으로 사형집행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가톨릭 수녀의 시각에서 엄청난 범죄를 겪은 피해자 가족의 고통과 함께 흉악범의 가족도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형방식은 다르지만 두 영화에서는 모두 집행장소에 피해자나 범죄자의 가족 혹은 친지가 참여한다. 피해자의 가족은 정의 실현에서 영혼의 위안을 경험하고 범죄자의 주위사람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는 데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지난 6월21일의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범 '티모시 멕베이'에 대한 사형집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멕베이의 요청으로 그의 가족은 집행장을 찾지 않았으나 피해자 가족,폭파사건 생존자 10명,기자,변호사 등이 집행을 참관했다. 형사소송법 467조는 검사,검찰청 서기관,교도소장 또는 구치소장이나 그 대리자가 사형의 집행에 참여해야 하고 검사 또는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의 허가를 받지 못한 자는 집행장소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검사 등의 '허가'를 얻으면 사형수나 피해자의 가족도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도 해석되지만 현행 법률 아래서 집행기관이 굳이 '일반인'의 참여를 '허가'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지는 의문이다. 사형 집행에 가장 관심을 가진 사람은 피해자와 범죄자의 가족이다. 형사소송 절차가 국가형벌권의 발동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더라도 가족간 유대가 집행과정의 불편을 더할 수 있다 할지라도,나랏님들끼리 알아서 집행해 버려도 할말없는 현 제도가 시민사회의 이념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