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신호탄이 될 업체간 인수합병 작업이 소문만 무성할 뿐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5일 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코오롱은 화의중인 금강화섬 인수문제를 놓고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접촉을 가졌으나 가격에 대한 인식차이 등으로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화섬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어느 정도 희망사항을 얘기하는 수준이고 구체적으로 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회사가 우선 협상 대상은 아니며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포함해 여러 가능성 중에서 유리한 방향을 선택할 것"이라면서 "화섬업계 문제는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업체들이 여러개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채권단의 `오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실제 경제적으로 큰 메리트가 없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중인 새한의 폴리에스테르 원사.원면 부문 매각 계획도 휴비스와 한.일 합작법인인 도레이새한 등이 유력한 인수업체로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도레이새한 관계자는 "일본 도레이의 입장은 향후 원사.원면 부문의 시장 전망이 그렇게 밝지 않은 상황에서 새한의 설비를 인수할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 "가격면에서도 채권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수합병 작업이 지지부진하고 이에 따라 업계 구조조정이 미뤄지고 있는 데는 헐값매각 및 특혜시비 등을 우려한 채권단의 안일한 자세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파격적인 가격 양보가 없으면 인수합병 작업의 성사가 어렵다"면서 "지지부진하다는 욕은 먹더라도 특혜시비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는 채권단의 인식도 구조조정 논의를 제자리에서 맴돌게 하는 한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성무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