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280원을 깰 듯한 급락세에서 강한 반등을 이루며 닷새만에 상승했다. 이번주 들어서만 장중 20원이상 하락했던 환율은 급등락을 거듭하는 드라마틱한 장세를 연출했다. 시장은 얇은 상태에서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흐름은 다음주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50원 오른 1,288.7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하락과 반등의 기운이 혼재된 시장은 장 막판 흐름을 역전시키는 혼조세였다. 개장초부터 강한 하락 압력에 의해 장중 1,280.90원까지 저점을 낮춘 환율은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과 국책은행의 매수세 등의 환율안정 의지와 은행권과 역외세력의 달러되사기가 호응하면서 반등을 이끌어냈다. 이번주 들어 과도하게 매도했던 상태에서 달러되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하락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인식은 반발 매수세를 이끌어낸 셈. ◆ 달러 약세 흐름의 지속성 = 달러 강세 정책에 대한 반발이 점차 강해지면서 다음주에도 상대적으로 국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원화는 강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추세보다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참가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이에 따라 다음주 환율은 역외세력이 매매동향과 미국 경제를 반영한 달러화의 향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또 아시아 네 마리 용이라 불리웠던 국가의 통화에도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유행을 제시한 관계자도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경제가 워낙 좋지 않아 무엇보다 달러에 대한 펀더멘털에 관심을 가지면서 분위기를 읽어야 할 것 같다"며 "시장이 아래쪽으로 향해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 거래범위는 박스권 자체가 낮아진 가운데 1,285∼1,295원을 예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이 들어와 아래쪽으로 내려갈 만한 모멘텀은 없는 상황이다"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역외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 지도 관건이지만 오늘 엔화보다는 싱가포르 달러와 대만 달러와 방향을 같이 한 만큼 다음주에도 이들 통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며 "하락세가 완연한 최근 동향으로 미뤄 1,270∼1,295원을 거래범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당국 개입과 달러되사기 = 외환당국은 이번주 들어 20원 가량 내린 수준까지 환율이 급락하자 진화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4개월여만에 구두개입에 나서 "단기간내 급격한 환율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구두 개입을 통해 시장흐름을 바꿨다. 급격하게 방향을 선회한 시장은 역외에서 적극적으로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오면서 역내에서도 이를 따랐다. 역외세력은 최근 사흘간 적극적인 달러순매수에 나서면서 1,295원선에서부터 꾸준하게 달러를 공급했었다. 그러나 당국 개입으로 이같은 움직임을 멈췄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사흘동안 20원 가량 떨어지자 당국이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공급보다는 숏커버가 기승을 부렸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에 따라 아시아 통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서 미국 경제지표의 악화로 123.67로 미끄러졌으며 이날 소폭 되올라 123.60∼123.90엔 범위를 오갔으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원화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업체들은 최근 휴가철인데다 수출입이 부진한 상황에서 실수가 없어 시장거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시장을 지배했던 달러매도(숏)마인드는 다음주에 다소 꼬리를 내릴 전망이다. 급등락을 바라지 않는 당국의 의중을 간파하고 있는 셈.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5.20원 내린 1,283원으로 시작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3.50원을 기록한 이후 내림세를 타며 1,281.20원까지 하락했다. 당장이라도 1,280원선이 깨질 분위기였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이 전날 국내 시장 마감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1,282원까지 내린 것을 반영했다. 이후 환율은 일본 닛케이지수 약세로 달러/엔이 상승세를 보이고 단기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1,282원선에서 주로 거닐며 1,282.8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오른 1,283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한동안 1,282원선을 거닐다가 매도세가 가속화되면서 1시 55분경 이날 저점인 1,280.90원까지 저점을 내렸다. 전날보다 7.30원이나 하락한 수준. 그러나 재경부가 구두 개입으로 시장참가자들의 달러되사기와 저가매수세를 자극시켜 1,282원대로 올라 본격적인 반등의 길을 걸었다. 차츰 반등 기운을 강화한 환율은 3시 38분경 1,288.50원을 기록, 오름세로 돌아섰고 48분경에는 1,289.60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강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이후 환율은 오름폭을 줄여 4시경 1,288.10원으로 내림세로 재전환한 뒤 약보합권에서 거닐다 마감 1분을 남기고 오름세로 전환했다. 사흘째 주식 순매수를 이어간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09억원, 46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 환율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장중 고점은 1,289.60원, 저점은 지난 6월 1일 1,277.5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1,280.9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8.70원이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3,8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1,8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6억2,700만달러, 2억7,860만달러가 거래됐다. 4일 기준환율은 1,283.8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