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후 들어 매섭게 몰아친 매도 광풍에 두달여 만에 1,280원대에 마감했다. 국내외 증시 강세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아시아 통화 안정세 등 다양한 하락 요인을 반영했다. 전날에 이어 한껏 이완된 시장 분위기가 연출됐으며 석달여를 지켜오던 1,290∼1,310원의 박스권이 한 단계 낮아질 것이란 견해가 우세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향후 반도체 경기 전망과 관련한 변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30원 낮은 1,288.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6월 8일 1,284.50원에 마감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 달러 매수세력이 설 곳을 잃은 가운데 장중 9.70원까지 빠진 1,286.80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오전장만 해도 1,292원이 지지되는 분위기였으나 오후 들어 예상외의 달러 매도가 줄을 이으면서 하락의 골은 깊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이 1,290원대가 의외로 쉽게 뚫리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이 빠졌다"며 "대규모의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연일 이어지고 아시아 통화 강세, 달러강세 정책 변화 가능성이 심리적으로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폭이 커서 부담이 많지만 마인드가 아래쪽으로 향해 있고 외국인 주식자금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며 "밤새 뉴욕장에서의 움직임이 중요하며 내일은 넓게 잡아 1,283∼1,295원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 풍성한 하락 요인 = 달러/엔이 소폭 내림세를 보인데 반해 달러/원의 급락세는 예상밖이었다. 달러 강세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따른 아시아 통화의 강세, 국내외 증시 강세, 대규모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 역외매도세 등 환율 하락요인이 풍성하게 매달렸다. 반도체 경기 전망이 향후 나아질 것이란 예상이 아시아 증시와 강세는 강세를 보였으며 국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따른 외국인 주식매수세가 전날에 이어 시장 심리를 압박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전날 2,377억원에 이어 이날 거래소에서 1,533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06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 심리적인 영향은 물론 물량부담을 더했다. 3일 이후 외국인 주식순매수분 공급 물량은 3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의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지 가늠할 수가 없다"며 "더 나빠질 것이 없다고 보는 건지 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등의 루머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엔 환율도 이날 내림세를 보였다. 전날 뉴욕장을 124,62엔으로 마감한 달러/엔은 닛케이지수가 지난달 중순이후 처음으로 1만2,000을 돌파하자 아래쪽으로 기울면서 오후 5시 5분 현재 124.22엔까지 내려섰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일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박스권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외세력은 이날 1억달러 이상을 매도하면서 최근의 경향을 그대로 반영했다. NDF정산관련해 매수는 그다지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 업체들은 월초임에도 결제수요가 그다지 없어 휴가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아시아 통화와 증시 강세가 사자(롱)플레이를 중단시키고 단계적으로 물량을 털어내게끔 만들었다"며 "역내 매수가 취약한 상태에서 역외에서도 매도에 나선 것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락세 지속여부는 외국인 순매수 여부에 달려있으며 1,280원대 지지여부를 내일 본 뒤 추세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일 1차 지지선은 1,285원, 2차는 1,282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밤 역외선물환(NDF)환율이 보합권에 머물면서 1,298원까지 내려선 것을 반영, 환율은 전날보다 1.50원 낮은 1,295원에 출발해 9시 38분경 1,292.7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 반등에 따라 달러매도초과(숏)상태의 일부 참가자들이 달러되사기(숏커버)에 나서 9시 49분경 1,294.70원까지 되올랐다. 그러나 다시 엔 강세가 진행되자 10시6분경 지난달 저점인 1,292.20원까지 내린 뒤 결제수요 등으로 1,293원선으로 되올라 거래된 끝에 1,293.4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낮은 1,293.2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하락 요인이 우세한 장세를 반영해 한동안 1,292원선을 배회했다. 그러나 일부 외국계은행이 보유 달러를 시장에 푼 것을 계기로 손절매도세와 역외매도가 가세, 2시 27분경 1,290원을 깨고 내렸으며 33분경 1,288.50원까지 내렸다. 이후 환율은 한동안 1,288∼1,289원선에서 횡보하다가 손절매도세가 다시 강해져 3시 49분경 1,286.80원까지 저점을 내렸다. 그러나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와 달러되사기가 나오면서 환율은 1,288원선까지 되올라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95원, 저점은 지난 6월 8일 1,283.1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1,286.8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8.20원이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2억8,3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5억5,330만달러, 5억6,570만달러가 거래됐다. 3일 기준환율은 1,291.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