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증시 등 주변 여건의 호전에 기대 지난달 9일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마감했다. 오전중 한때 1,300원을 넘어 일시적인 상승세를 탔으나 환율 하락이 대세였다. 이월된 네고물량 등 공급도 우세했으며 주가 요인을 적극 반영했다. 8월의 첫 날 서울 외환시장은 전날보다 3.50원 내린 1,296.5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9일 1,296.40원에 마감된 이후 최저치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변 분위기의 이완에 따라 심리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은 하루였다. 오전중 달러/엔의 동향을 따르던 환율은 오후 들어 주가 급등, 2,000억원을 넘어선 외국인 주식순매도 등과 이월 물량 출회 등으로 하락세가 진행됐다. AIG-현대투신 협상 타결임박 소식, 신용등급 상향조정설 등 최근 순간적인 분위기에 따르는 경향이 짙은 시장에 호재성 루머가 떠돌았다. 달러매수에 나서는 거래는 주저됐으며 수출부진은 묻혀버렸다. 석달 가량 지체되고 있는 1,290∼1,310원의 박스권은 견고하게 지켜지는 가운데 달러/엔의 급등만 없다면 이런 분위기는 하향 조정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사자(롱)심리는 많이 꺾였으며 달러/엔의 반등이 없다면 아래쪽으로 좀 더 조정받을 수 있다"며 "내일 1,292∼1,298원 범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실질적인 물량 공급이 많지 않았음에도 어제 이월된 것을 털어내고 장중 달러/엔이 밀리니까 이를 따랐다"며 "주변 여건이 이완된 것이 시장 심리를 거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리적 영향이 내일도 이어진다면 박스권내에서 하향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1,290원 아래서는 저가매수세가 버티고 있어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주변 여건 크게 호전 = 이월 네고물량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던 시장참가자들은 구조조정 기대감과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순매수에 따른 주가 급등을 환율에 반영했다. 오전만 해도 달러/엔 별다른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달러/엔 동향에 촉각을 세웠으나 오후 들어 시장 주변 여건의 호전에 반응한 셈. 달러매수세는 엔 약세외에 기댈 언덕이 없는 상황에서 힘을 잃었다. 현대투신과 AIG 매각 협상이 늦어도 이 달중 마무리되고 대우차의 GM 매각 협상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구조조정 모멘텀의 발판을 놓으며 달러 팔자를 강화하기도 했다. 달러/엔은 전날 뉴욕장을 124.99엔에 마감한 이후 도쿄장에서 한때 125.20엔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나 주로 124.70∼124.80엔을 주무대로 했다. 오후 5시 현재 런던장에서 124.63엔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의 7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에 대한 우려감이 달러/엔을 억눌렀다. 달러/엔 하락보다 달러/원의 하락이 보다 두드러짐에 따라 원/엔 환율은 1,030원대로 내려섰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하루만에 주식 순매수로 돌아서 거래소에서만 2,373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 지난 5월 22일 3,017억원 이후 10주 중 최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일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주식매수분은 2억달러 가량 돼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4억원의 매수 우위였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50원 낮은 1,298.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97.90원까지 저점을 내린 뒤 한동안 1,298원선에서 거닐었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의 125엔대 진입과 7월 무역수지 악화소식에 자극받아 10시 37분 1,300.30원을 기록, 오름세로 돌아서 1,301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그러나 달러/엔이 125.20엔대에서 미끄러져 124엔대로 재진입하자 이를 따르며 11시 51분경 1,297.60원까지 내려선 끝에 1,297.7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오른 1,297.8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30여분 동안 1,297.50∼1,298.30원 범위에서만 등락했다. 그러나 증시 오름폭이 커지고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를 반영, 저점 경신행진을 하며 3시 51분경 1,294.90원까지 내렸다. 이후 환율은 달러되사기가 나오면서 1,296원선으로 이동범위를 넓혔다. 장중 고점은 1,301원, 저점은 1,294.9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6.10원이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1,5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6억2,670만달러, 3억7,910만달러가 거래됐다. 2일 기준환율은 1,297.7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7월 수출이 115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급감했으며 수입도 18.7% 줄어든 111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통관 기준 무역수지는 4억5,9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또 7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28억300만달러가 는 970억5,900만달러를 기록,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이 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