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업체인 고진모터스는 작년 6월 폴크스바겐의 중형차 '비틀(일명 딱정벌레)' 신모델을 한국에 들여오면서 색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다른 수입차 판매업체와 달리 고소득의 중년 사업가 외에 여성을 마케팅 대상으로 추가한 것. 마케팅 기법도 차별화해 뉴비틀이 캘빈클라인의 여성용 향수 광고 포스터가 붙어있는 건물 옆을 지나가는 장면을 광고로 찍었다. 여성의 눈길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게 하자는 취지다. 폴크스바겐의 전략은 적중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뉴비틀은 한국 상륙 1년만에 1백70대가 팔렸다. 이중 70%는 여성이 사갔다. 폴크스바겐의 골프가 같은 기간동안 30∼40대 팔린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판매량이다. 외국계 기업들이 폴크스바겐처럼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이볼루션(Eveolution) 마케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이볼루션은 '이브(Eve)'와 '진화(Evolution)'의 합성어로 '여심(女心)잡기' 마케팅을 의미한다. 미국의 마케팅 컨설턴트인 페이스 팝콘이 전체 소비재 구입의 80%를 담당할 정도로 여성의 바잉파워가 막강해져 여성을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말을 만들었다. 특히 외국계 다국적회사가 이볼루션 마케팅에 적극적인 이유는 남성에 비해 여성들의 해외유명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는 계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외국계 골프장인 리츠칼튼 컨트리클럽은 한국의 여성 골프인구가 늘어나는데 맞춰 여성 회원들을 위해 와인강좌와 요리강좌를 열고 있다. 리츠칼튼의 브랜드인지도 만으로도 여성고객을 끌어들일 수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리츠칼튼은 여성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보이자컨트리클럽미용과 헤어케어 강좌를 추가키로 했다. 두피모발관리체인인 스벤슨코리아는 지난 18일 타워호텔 야외수영장을 찾아가 여성들에게 무료로 두피모발 상태를 점검해줬다. 여성 고객 비율이 98년 10%에서 올들어 40%에 달해 무시할 수 없는 고객층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확장한 강남지점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여성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여성센터를 분리했다. 이 회사의 김숙자 사장은 "여성고객이 자꾸 늘어나는데다 싱가포르 지점에서 여성을 위한 특별 마케팅을 시작한 후 여성고객 비율이 30%에서 55%로 늘어났을 정도로 효과가 높은 것을 보고 이볼루션 마케팅을 도입했다"고 말하고 "향후 국내에서도 여성고객 비율이 60%까지 쉽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