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이 독점 위탁관리하고 있는 40조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이 은행권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합병해 초대형 우량은행으로 탄생하는데다 외국계 대주주를 가진 은행이라는 점을 들어 정부가 기금관리 은행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기금관리 업무를 가장 맡고 싶어하는 곳은 한빛.조흥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 조흥은행은 현재 법원공탁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금 관리 역량을 내세우고 있다. 한빛은행 역시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네트워크망을 이용해 서민 및 주택건설업체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현재 주택은행으로부터 일부 기금운용을 위탁받은 평화은행도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전문업체로 생존할 수 있도록 주택기금업무를 맡게 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황석희 평화은행장은 "평화은행은 현재 근로자주택자금 대출 등 일부 기금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며 "제휴를 맺은 우체국이나 인터넷뱅킹시스템을 이용하면 기금 관리를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은행은 기금관리 업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다른 은행들로부터 불평을 사고 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기금관리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합병은행만큼 전국적인 지점망을 갖고 기금관리를 할만한 시중은행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택은행은 지난 81년 기금관리업무를 맡은 이후 현재까지 1조5천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기금관리의 효율성 방안을 찾기 위해 외부용역도 주고 공청회도 열었지만 아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 상태를 유지하든지 다른 시중은행으로 이관하는 방안,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