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주택은행보다 영위하는 사업수가 많은 데다 규모도 큰 만큼 국민은행장이 합병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헨리 코넬 골드만삭스 상임이사, 3월15일 국민은행 주총후 기자들에게) "주택의 김정태 행장이 주가상승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골드만삭스 한국지점,7월26일 합병은행장 선정 직후 입장표명) 국민.주택 합병은행장 문제를 놓고 세계적인 투자금융회사는 넉달 남짓의 시차를 두고 이렇게 "말"을 바꿨다. 합병은행장 선임은 두 우량은행 합병의 최대 난관이었다. 선임 전부터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섰던 것 만큼이나 국민은행 노조 등이 아직도 결과에 반발하는 등 휴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덩치가 더 큰 국민은행 행장이 탈락한 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외형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논리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이 와중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골드만삭스의 입장 선회다. 자신이 대주주인 국민은행에서 합병은행장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들이 상대방인 주택은행장 손을 들어준 이유는 뭘까. 주택은행의 해외 대주주인 ING는 당연한듯 자기쪽 김정태씨를 밀었다. 골드만삭스와 ING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가. 국민.주택은행측 각각 2명,정부 선정 2명으로 구성된 합병은행장 선정위에서 이들 국제 금융계의 두 거물이 힘을 모으면서 결과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당사자인 골드만삭스는 주가상승에 더 나은 인물이어서 지원했다고만 밝혔다. 주가상승이 기준이었다는 설명과 "한국에서 장기간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했던 골드만삭스의 기존 입장이 배치되지는 않는가. 이번 합병은행장의 장외변수 격이었던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저간의 사정을 알듯 한데도 "자율선임"이었다고만 반복한다. 골드만삭스와 ING 사이의 "스몰딜"이라도 있었나. 합병은행은 국내 금융계의 리딩뱅크(선도은행)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궁금하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