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치료제 시장에서 한독약품 "사브릴"(성분명 비가바트린)과 한국얀센 "토파맥스"(성분명 토피라메이트)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간질치료제 시장규모는 3백42억원. 이중 11%씩을 각각 점하고 있는 두 회사는 올들어 1위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시장 쟁탈전에 들어갔다. 간질치료제 가운데 테그레톨이나 오르필은 가격이 싸고 효과가 입증된 1차약이고 사브릴과 토파맥스는 이런 약으로 치료가 안되거나 간질 증상이 악화될때 쓰는 2차약이다. 점차 1차약의 처방이 줄고 2차약의 수요가 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얀센측은 경쟁사 약품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사브릴을 장기간 복용하면 코 방향의 중심시야가 좁아져 마치 세상이 쌍안경을 통해 보는 것처럼 나타나는 증상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대해 한독약품 관계자는 "간질치료제는 모두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다"며 "사브릴은 간질치료제 가운데 신경억제물질인 GABA의 농도를 가장 높게 유지함으로써 증상을 가장 현격하게 완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공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간질약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시야위축의 부작용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병원 이정교 교수는 "사브릴은 망막의 시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쳐 시야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유럽에서 보고되고 있다"며 "국내서도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부족하나 실제 임상현장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으므로 장기간 사용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사브릴은 효과가 강력해 경련이 극심한 유아환자에게 좋고 다른 치료제보다 간에 덜 해로워 일장일단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