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급 이하 공무원들로 구성된 공무원직장협의회(공직협)의 전국연합체 결성을 허용키로 한 것은 공무원노조를 점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연합체 구성이 허용되면 지금까지 법외단체였던 전국 공무원직장협의회 총연합(전공련)이 합법화되기 때문에 사실상 공무원노조 설립은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태도를 바꾼 데는 최근 노조설립을 위해 적극 공세로 나오고 있는 전공련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제2의 전교조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정치 경제 현실을 감한할 때 공무원노조 허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렇지 않아도 집단이기주의가 만연돼 사회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터에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마저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운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더욱이 지금 노조설립을 추진중인 전공련은 전체 대상기관의 10%도 못되는 공직협의 일부 대표들로 구성돼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다 이미 실정법을 위반한 집단행동으로 지도부에 검거령이 내려진 강성 법외단체이다. 지난 28일에는 부산에서 대규모 불법집회를 연데 이어 전국 각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가 공직협 연합체 결성을 허용하겠다는데도 이를 무시하면서 올해말까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 법외노조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들의 행동으로 보아 전공련이 노조조직으로 전환된다면 앞으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가뜩이나 부실한 행정서비스는 더욱 부실해질 공산이 크다. 공무원노조가 설립될 경우 85만명을 거느린 최대조직으로서 정치세력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누구보다 앞장서 법질서를 지켜야할 공무원들이 노골적으로 실정법을 어기며 노조설립을 집단행동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전략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의 연합체 구성 허용 방침 역시 선거용 선심성 정책은 아닌지 묻고 싶다. 공무원노조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 흥정 대상이 돼선 안된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정부와 전공련에 대해 뭔가 빗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노사정위원회는 앞으로 공무원노조 문제를 다룸에 있어 이같은 국민정서를 충분히 헤아려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