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기업 가운데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IBM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물론 기술력의 원천이 막대한 투자비에 있다는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예산(올해 4조1천억원)보다 훨씬 많은 56억달러(약 7조2천억원)를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투자비를 효율적으로 분배해 주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양' 뿐만 아니라 '질' 측면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BM은 최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e비즈니스 전략을 설명하는 행사를 갖고 '알파웍스'란 팀을 소개했다. 이 팀은 IBM연구소에서 개발한 수천건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공개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이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운 솔루션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IBM이 이들에게 원하는 것은 '사용 소감'일 뿐이다. IBM은 평가가 좋으면 예산을 집중 투자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예산을 없애버린다. IBM이 특허 건수 뿐만 아니라 파급효과가 큰 원천기술을 많이 가진 것은 이런 시스템 덕택이다.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벌인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IBM은 콸라룸푸르에서 '블루 벨로시티' 전략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고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는 한편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다국적 기업의 '호의'처럼 보이지만 '자선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도움을 받은 벤처기업은 결국 IBM의 서버 등을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은 십중팔구 IBM 제품과 연계해 각종 솔루션을 개발한다. 당장은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수익과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알파웍스의 정규직원은 8명 뿐이다. '블루 벨로시티' 전략도 기존 IBM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하기 때문에 많은 금액이 투자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비가 적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 이같은 시스템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콸라룸푸르=김남국 IT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