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3백만~5백만원을 신용으로 빌려주는 소액대출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할부금융 신용금고 신용카드사 등 그동안 소액신용대출에 주력해온 금융회사보다 금리를 크게 낮춰주고 있어 이 시장을 이용해온 개인고객들로선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은행은 지난 23일 내놓은 '직장인신용대출'의 실적이 시판 이틀 만에 10억원(1백50건)에 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은행 마케팅팀 이강훈 대리는 "대출상품을 시판하면 초기에는 하루 10여건에 불과한게 보통인데 이번 상품은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직장인이면 직급에 따라 5백만∼2천만원까지 무보증으로 돈을 빌려준다. 금리는 연 9.75%(보증보험료 1.42% 별도)로 기존 신용대출보다 1∼2%포인트 싸다. 신용금고 할부금융사에서 취급하는 신용대출에 비해서는 3∼5%포인트 이상 저렴한 편. 서울은행은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쓴 고객들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이달초 선보인 '인터넷 카드론'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기업은행 BC카드회원을 대상으로 무보증, 무서류로 1분 만에 최고 5백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상품. 기업은행 관계자는 "별도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신청건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미 7백여명이 30억원 이상을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마이너스통장 형식으로 이뤄지며 금리는 연 11∼13% 수준이다. 주택은행은 지금까지 은행에선 대출받을 수 없었던 저(低)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금리는 연 17% 정도, 금액은 1천만원선이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고금리 대출을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서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쓰는 사람을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계는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춘 주택은행이 이 상품을 내놓을 경우 신용금고 신용카드 할부금융사 등이 연간 50조원의 시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소액신용대출시장에 일대 판도변화가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빛 조흥 외환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개인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개인 소액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은행권에 자금이 넘치고 있는게 주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여신은 섣불리 확대할 수 없고 주택담보대출도 포화상태에 다다른 만큼 수익원 확보차원에서 소액 신용대출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