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사에 대한 거액 세금추징, 현대 선박체포, 현대차 통관금지, 수 백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 등을 주도하고 있는 무사데크사베트(48)는 이집트 최고 명문 카이로 아메리칸대학 경제학과를 나온 엘리트다. 대학 졸업후 여러개 직장을 옮기며 경력을 쌓은 사베트는 지난 89년 3월 현대상사 카이로지사에 특채돼 99년 4월까지 일했으며 이중 91년 8월부터 98년 8월까지는 카이로사무소의 현지인 소장으로 근무했다. 사베트는 현대에 입사하기 전 다른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도 카이로대와 영국 런던대학에서 5년여간 법학을 공부해 특히 법률문제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베트는 10년 넘게 현대에서 일하는 동안 모두 11차례나 한국을 오가며 한국과 현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지만 99년 현대상사에서 해고되자 이를 무기로 현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베트는 현대상사가 99년 8월 자신을 제치고 카이로에 한국인 지사장을 임명하자 그동안의 영업자료 등을 가지고 나와 현대를 비방하다 99년 4월 해고됐다. 사베트는 해고 즉시 현대를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소송과 800여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며 현대가 거액의 탈세를 했다고 투서, 세무조사를 받게 했다. 이집트 노동법원은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은 현지 법률을 근거로 현대에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으며 이집트 국세청도 현대상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220여만달러의 세금 및 벌금을 추징했다. 현대상사는 노동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민사법원에 즉각 항소하는 한편 거액 세금추징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카이로 지사를 폐쇄했지만 사베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 관련사들에 대한 음해를 확대해 나갔다. 그는 노동법원의 판결에도 불구, 현대가 자신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포트사이드주 지방법원에 현대상선 소속 선박을 체포해 줄 것을 요구, 법원의 명령을 받아낸뒤 지난해 3월과 9월 두차례 현대 배를 체포했다. 사베트는 지난 3월에도 현대 선박을 잡으려다 현대측에서 한국을 방문해 협상을 벌이자고 제의해와 체포를 미뤘으나 "현대측 제의가 거짓임이 드러나" 조만간 현대배를 다시 체포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는 심지어 이집트와의 협정에 따라 이집트는 물론 요르단과 사우디 아라비아, 레바논 등지에 입항하는 현대 선박까지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베트는 현대건설의 이집트 제2이동통신 공사대금 2천만달러의 지불정지 명령을 유도하고 현대중공업이 납품한 설비에 결함이 있다는 음해를 퍼뜨렸으나 모두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나기도 했다. 사베트가 올들어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대상은 현대자동차. 그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안전상의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는 `달리는 살인기계'라며 이집트 정부에 수입금지를 요청, 지난 3월중순부터 약 3개월간 현대차의 수입금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사베트와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아자동차의 이집트 판매대리점도 올들어 대대적인 세무조사로 200만 이집트파운드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한 때 현대상용차의 이집트내 판매를 대행했던 아부 갈리사가 최근 현대차의 안전문제를 이유로 현대측에 거액의 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사베트의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에 아부 갈리를 연결시켜준 장본인이 바로 사베트이기 때문이다. 사베트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 음해 사이트는 ▲현대가 제3세계국가에 판매한 자동차 200여만대의 리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법정 회부 ▲제3세계 국가들의 현대차 불매운동 및 판매금지 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사베트는 또 서울의 현대 관련사 사장과 간부는 물론 산업자원부, 검찰, 언론계등에도 현대를 음해하는 메일을 무차별 발송하고 있다. 한 이집트인의 무차별 공세에 현대 관련사들이 어이없게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이집트 법률에 정통한 사베트가 외국기업에 불리한 법률조항과 행정조치를 교묘히 악용, 약점을 파고들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예컨대 이집트 노동법원이 내린 부당해고 판결 자체가 이집트 노동부와 노총대표, 회사측 대리인 등 3자의 표결에 의해 내려진 것으로 당연히 사베트에게 유리할수 밖에 없다는 것. 이 판결을 근거로 현대상선 소속 선박의 체포명령을 내린 포트사이드 지방법원 판사도 `현대면 다 같은 회사 아니냐'는 황당한 논리로 사베트의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사가 추징당한 220만달러의 세금과 벌금도 현대가 94-98년까지 현대차 판매 등에 대한 신용장만 개설한 것을 직접 영업행위를 한것으로 간주해 부과한 부당한 결정이라고 현대측은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베트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대 관련사는 모조리 이집트에 발을 못붙이도록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이집트에서 현대는 끝났다"며심지어 "이집트에 진출?다른 한국기업들의 간접적인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뚜렷한 직장도 없이 `현대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사베트의 음모를막기 위해서는 현대는 물론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