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본격적인 장외대결에 나선 모양이다. 선거철도 아닌데 왜 이런 소모적인 정쟁이 격화되고 있는지,정말 걱정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언론사 세무조사등 여야간 시각이 엇갈리는 정치적 쟁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위기의식은 실종된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노조도 정말 경제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3·4분기중 제조업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전망이다. IT경기위축 반도체감산 등이 겹쳐 연간 성장률 4%를 유지하기도 쉽지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라 할 주가흐름만 봐도 경기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40선이 무너진 것도 그렇지만 19,20일 연이틀 주가선물지수가 현물보다 낮은 이른바 백워데이션을 나타냈다는 것은 한마디로 위험신호다. 선물가격은 현물가격에 금리를 포함하는 선에서 결정되는 게 정상이라고 본다면 현재의 현·선물가격 역전은 한마디로 갈수록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데 투자자들의 인식이 모아지고 있다는 얘기로 통한다. 기업수지를 보면 이런 주가움직임은 당연하다. 12월말 결산법인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작년 1·4분기 7.6%에서 올 1·4분기에는 2.5%로 떨어졌다. 아직 2·4분기 실적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1·4분기보다 훨씬 더 나빠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4분기중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4분기에 비해 63%나 감소한 것만 봐도 그런 추정이 근거없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경영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만큼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추세다. 유동부채에 대한 유동자산의 비율은 1·4분기 말 82%로 99년 말보다 10%포인트 가깝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경기가 언제 되살아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등이 겹쳐 대외적인 여건 역시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국면이다. 1·4분기중 국내제조업체의 수출단가지수는 55.7로 작년보다 4.9포인트나 떨어졌다. 환율이 올랐지만 수출업체들 마저 기업수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거듭 말하지만 정쟁으로 소일할 때가 아니다. 여야는 즉각 장외대결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도 좀더 적극적인 경기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이대로 가면 정말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