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 업체들이 차량수입에 필요한 형식승인과 관련, 법의 불평등한 집행과 과도한 규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한성자동차는 벤츠가 만드는 2인용 경차 스마트를 국내에 시판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연기했다. 각종 까다로운 인증문제 때문에 일단 수입 시기를 늦추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미 스마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메이커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해외에서 차를 구입, 국내에 판매하는 병행수입업체들이 고객명의로 대행해 수입,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같은 현상은 현재 형식승인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커와 계약을 한 정식 수입판매업자는 자동차 형식승인 신청시 메이커가 발행하는 실질적 기술보증서인 "안전기준 적합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고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병행수입업자들은 이 절차가 필요없다. 자동차의 제원표와 외관도면만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법의 허술함을 이용해 자동차를 수입, 판매하는 업자들이 국내에 유통시키고 있는 수입차 물량은 지난해만 5백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체 수입차의 10%가 넘는 수치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병행수입업자들은 "개인의 사용목적으로 차를 수입하는 경우 자동차관리법의 인증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활용해 차를 판매하는 것"이라며 "이런 방법으로 판매된 차는 리콜 등 사후 관리를 해줄수 없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디젤차량에 대한 규제도 수입자동차 업체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대표적 사례다. 폴크스바겐을 수입판매하고 있는 고진임포모터스는 지난해 디젤엔진을 장착한 "골프"를 국내에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올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국내 디젤승용자동차에 대한 규제 때문이었다. 국내 승용디젤에 대한 규제치는 환경규제가 가장 까다롭다는 EU가 2005년부터 적용할 "유로4"보다 강력하다. 세계적인 승용디젤 기술을 갖춘 벤츠나 BMW 폴크스바겐의 차들도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물론 국내업체가 이를 소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국정부가 왜 이런 규제치를 정했는지에 대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어차피 디젤관련 규제를 충족시킬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해외업체의 진출도 막아보자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정책은 세계적으로 디젤엔진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반해 국내업체들의 기술개발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도 이런 비현실적인 규제는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차업체들은 이밖에도 건교부가 지난 4월 범퍼의 안전기준을 개정, 유럽의 경승용차 수입을 원천 봉쇄한 것과 전파관리법상 미국과 유럽의 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점 등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