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경 <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prangel@sac.or.kr > 영화 '친구'는 준석역을 맡은 유오성을 최고배우의 명단에 당당히 올려 놓았다. 그는 '개안타,우리는 친구 아이가'로 정리되는 영화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연기해냈고 '친구' 신기록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세상은 비로소 그를 알아보는 것 같다. 그러나 유오성은 그의 본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극판에서는 일찌감치 카리스마와 치밀함이 돋보이는 배우로 정평이 나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연우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그는 영화계에서도 '간첩 리철진' '비트' '주유소습격사건' 등으로 낯선 얼굴이 아니다. 그의 나이 벌써 30대 중반.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캐릭터 박술희를 연기하고 있는 김학철은 그보다 대여섯 위다. 그 역시 이미 연극계에서는 연기파 배우로 오태석 이윤택 채윤일 등 당대 최고의 연출가들과 함께 우리 연극계의 주요 작품을 두루 섭렵한 배우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의 인기 때문인지 CF가 몰리는 등 문득 떠오른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신데렐라치고는 늙고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이들 배우가 연극배우로 활동할 때는 아무리 눈부신 연기를 펼쳤어도 미디어와 대중들의 열정적인 반응은 얻지 못했다. 오늘날 신데렐라는 미디어라는 왕자님을 만나야 한다. 그와 한 번 제대로 춤을 추고 유리구두를 남겨야만 신데렐라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라는 왕자님이 좋아하는 신데렐라의 모습은 의외로 다양하다. 아름답고 젊고 착한 신데렐라는 동화 속의 이미지일 뿐이다. 미디어는 속성상 끊임없이 신데렐라를 만들어낸다. 고전적 의미에서의 신데렐라가 아니어도 좋다. 그 중에는 1회용 신데렐라(수많은 스타들이 짧은 환호를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는가!)도 있고 이전에 이미 한번 팔린 이미지를 재포장한 중고 신데렐라도 등장한다. 유오성과 김학철에게 분명한 한 가지는 미디어와 대중들의 뜨거운 포옹 이전에 연극무대라는 만만찮은 현장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개척해왔다는 점이다. 이때 쌓은 내공은 지금의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에 현혹되지 않는 힘이 될 것이다. 공연장에서 바라본 두 늙은 신데렐라들은 그래서 더욱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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