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드자동차에 부착하던 파이어스톤 타이어가 리콜을 받을때 미국에 진출한 국내 타이어업계 관계자들에겐 은근한 기대감이 있었다. 파이어스톤의 공백을 한국산 타이어가 메워줄지도 모른다는 설렘이었다. 그러나 기대는 그야말로 기대로 끝났다. "소비자들의 심리가 더욱 인지도가 높은 고급 타이어를 찾는 추세로 가더라"며 "예상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비슷한 논쟁이 지금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쟁국들이 유리해질 것이냐 아니냐는 설전이다.처음엔 아르헨티나에서 탈출하는 자금이 다른 경쟁국으로 갈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경쟁국에 투자하던 돈까지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이른바 이머징마켓이 뜻밖의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전염(contagion)'이란 단어가 월가의 유행어중 하나가 됐다.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말 '글로벌 투자연구'란 내부보고서에서 만들어낸 이 단어는 이제 월스트리트저널 등 신문들도 자주 인용한다. 한 나라가 경제위기를 겪으면 곧바로 다른 나라에 전염된다는 게 이론의 골자다. 국제경제의 1차 전염병은 90년대 후반에 있었다.97년 중반 태국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18개월간 지구촌을 한바퀴 돌면서 99년 초 브라질까지 계속된 것.한국도 희생양 중 하나였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2차 전염병이 시작됐으며 1차 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분석한다. 국제무역의 확대,세계화된 공급망,다국적 기업 등 세계적인 연결성이 더욱 강화된 탓이다.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미국이란 강력한 성장엔진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세계경제가 동반 하강하는 첫 단계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전염이론을 제시한 모건스탠리는 얼마전 자체 '외환위기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를 사전에 경고하기도 했다.이 시스템 속의 한국은 '정도는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어느정도 불안징후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염이론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