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원 < 자민련 국회의원hakwonk@assembly.go.kr >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사흘 굶고 남의 집 담장 안 넘을 사람 없다'는 속담은 다같이 배고픔의 절박함을 표현한 말이다. 경제개발을 시작하던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 전 해에 수확했던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도 않은 5∼6월께면 굶을 수밖에 없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식량이 바닥나면 쌀겨 밀기울 깻묵은 물론이고 풀뿌리 소나무 느릅나무 껍질 등 먹을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먹고 허기를 면해야 했다. 그로 인해 변비가 생기고 억지로 일을 보다가 탈이 나곤 했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한'상황에서도 인정만은 훈훈했다. 모자랐지만 서로 나누어 먹었고 자기집에 찾아온 거지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어머니가 싸 주신 빈약한 점심도시락에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밥알갱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했었다. 오늘날 굶주림은 사라졌다. 길거리에는 우리 음식뿐만 아니라 햄버거 도넛 치킨 피자 등 외국 음식들도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기적과도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다른 나라가 50년 혹은 1백년 걸려 성취한 것을 20년 만에 해치웠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빈곤하고 궁핍하던 시절보다 몇 갑절 더한 갈등과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저 집은 대형 자가용이 있는데 왜 우리 집은 없어""에어컨 없이 어떻게 여름을 나지""해외 휴가 다녀와야 할 텐데" 심지어는 돈 때문에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납치하고 죽이기까지 한다. 예전에 어렵게 살던 시절의 인정과 사랑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삭막함과 살벌함만이 맴도는 싸늘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극단의 이기주의 논리가 팽배하고 물질지상주의와 배금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다. '소 타면 말 타고 싶고 말 타면 경마 잡고 싶다'더니 인간의 욕심은 참으로 끝이 없다. 사람들이 배부름과 풍족함을 다 채우고 나면 또 어떤 욕심을 얼마나 채우려 할까. 값비싼 모피코트로 몸을 치장하는 것보다 따스한 인간사랑으로 마음을 치장하는 것이 수천,수만배 값지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