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패션계에 저가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기존 의류가격구조를 무너뜨리는 저가 상품이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스웨덴의 H&M,스페인의 자라,일본의 유니크로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 H&M은 면 티셔츠 한장에 1만원 내외라는 파격적인 가격과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내세워 파리 뉴욕 등 전통적 패션도시를 함락시키고 있다. 뉴욕 맨해튼 H&M 매장의 경우 하루 평균 2천5백명의 손님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니크로는 6천원짜리 티셔츠,2만원대 청바지 등 초저가 제품을 팔아 한해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럽·미국시장 장악한 H&M=H&M(Hennes&Mauritz AB)은 최근 패션업계의 기린아로 급부상한 글로벌 브랜드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14개국에 직접 진출,지난해 5조1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작년에 첫 선을 보인 미국에서는 갭(Gap) 바나나리퍼블릭 등 유명 캐주얼브랜드를 위협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고급 부티크거리인 5번가 매장에서는 개장 10분 만에 2천여명의 고객이 들이닥치고 3시간 동안 6천5백장의 옷이 팔려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H&M의 인기비결은 첨단 유행스타일을 싼 값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프라다 구치 등 고급 부티크에서 볼 수 있는 최신 스타일이지만 가격은 실크셔츠 1만9천원,남성용 재킷 9만9천원 등 보통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일본은 가격전쟁중=98년부터 몰아친 유니크로 열풍은 아직도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의류업체 퍼스트리테일링이 선보인 유니크로는 평균 2만원대의 저가 상품을 앞세워 지난 4년간 매년 1백%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재팬(편의점) 이토요카도(대형양판점)와 함께 일본 유통업계를 이끌어갈 대표기업으로 떠올랐다. 유니크로의 출현으로 일본 의류업계는 치열한 가격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니크로 때문에 옷값에 대한 감각이 무너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패션업체가 의류가격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 일본 패션전문지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의류의 평균 소매가가 15% 정도 내려갔다. 심지어 미국 브랜드인 갭도 일본내 제품가격대를 3분의 1선까지 대폭 인하할 것이라고 한다. 또 파이브폭스 월드이토킹 등 일본 유수의 패션회사들은 유니크로 유형의 저가캐주얼 브랜드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