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 1호인 고합의 진로가 불투명해졌다. 고합은 채권단의 추가 출자전환으로 워크아웃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채권단은 16일 대규모 출자전환을 포함한 회생방안에 '퇴짜'를 놓았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회사를 분할해 매각 또는 청산하는 방안과 법정관리까지 거론하고 있다. ◇채권단의 거부 이유=채권단의 의뢰를 받아 고합의 구조조정안을 만든 베인앤컴퍼니는 이 회사를 핵심사업(석유화학)과 비핵심사업(화학섬유)으로 분리,핵심은 정상화시키고 비핵심은 분리 후 매각하는 방안과 채권단의 추가 출자전환 등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둘 다 부결시켰다. 채권단은 "컨설팅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권고한 사업구조조정 방안은 결국 고합을 현 상태대로 유지하자는 것인데 3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고합이 채무조정을 받더라도 정상화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망=한빛은행과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채권단은 18일 오후 2시 한빛은행에서 채권기관별 의견조율을 위한 채권단 사전회의를 열어 고합에 대한 향후 처리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결정할 수 있는 고합의 처리방안은 크게 △워크아웃 지속 △회사분할 △법정관리 등 3가지다. 현재 채권단의 분위기로 볼 때 회사분할(또는 뉴컴퍼니)방식이 유력하다. 뉴컴퍼니를 세운 뒤 고합의 돈 되는 사업을 자산부채이전(P&A)방식으로 이 회사에 넘기고 나머지는 청산하는 방법이다. 대우중공업을 대우조선 대우종합기계 대우중공업(청산)으로 분리해 처리한 방안과 같다. 여기에는 대주주인 채권단의 이해 일치와 노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고합 반응=고합 관계자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채무재조정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회사를 쪼개지 않고 전체를 묶어서 살리려면 채무재조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합측은 "최악의 경우 청산이나 법정관리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은행도 가능한 한 살려서 이자도 받고 원금도 회수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고심하고 있다"며 "워크아웃의 취지가 어떻게든 살려서 채권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비관적으로 전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합은 "현재 6백억원 정도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당장 자금지원이 끊긴다고 해서 무너질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성급하게 퇴출시키기보다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구학·장진모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