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모처럼 균열을 일으키며 오랜 잠에서 깨어날 채비다. 두달여 이상을 대체로 1,290∼1,310원의 박스권을 지키던 환율이 의외의 변수들을 맞아 최근 요동을 쳤다. 지난 12일에는 장중 1,312.50원까지 올라 전 고점인 5월 16일의 1,310.20원을 깨기도 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맞보기도 했다. 느닷없이 찾아든 환율 오름세는 시장을 사자(롱)마인드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은 '새로운 고점 찾기'에 나서는 장도에 나서 '1,300∼1,320원' 범위를 횡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초반부터 중반까지 오름세를 탄 뒤 주말경에는 조정을 보일 것이란 얘기다. 한국의 정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서 불어오는 외채상환불능(디폴트) 가능성은 국제금융시장에 찬 기운을 불어넣고 있으며 전반적인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불안감은 자기증식을 통해 달러 매수세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같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역외매수세를 강화시켜 달러/원의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많다. 최근 달러/엔과 연결고리는 크게 떨어졌으나 지난주 말 125엔대에 성큼 다가섬에 따라 다시 영향권내 편입할 수도 있다. 이미 진행중인 이슈외에 별달리 매달릴만한 변수들이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박스권내 장세에 길들여져 온 시장참가자들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의외의 변수가 출현하게 되면 흔들릴 가능성이 많아졌다. 그만큼 환율을 둘러싼 변수들의 파장이 어느만큼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어떤 방향으로 시장을 이끌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불안 심리가 작동하게 되면 달러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해지게 마련이다. 개별 뉴스보다 큰 그림을 가지고 외환시장을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을 듯 하다. ◆ 누구도 '달러 강세'를 막을 순 없다 = 원화는 7월 들어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대열에서 이탈, '혼자만의 리그'를 차리는가 했으나 결국 주류계열에 편입했다. 엔 약세에도 불구, 꿋꿋하게 물량을 무기로 버티며 엔/원 환율은 지난주 초만해도 1,029원을 기록, 1,020원까지의 하락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주 후반 1,050원대로 껑충 뛰었다. 달러/엔이 125엔대에서 124엔대로 가라앉은 사이 달러/원은 1,296원선에서 1,308원선으로 반대로 달렸기 때문. 달러 강세의 영향권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달러화는 17년만에 주요통화 대비 최강세를 보여 세계주요 55개 통화중 52개에 대해 강세를 유지했다. 멕시코 페소, 페루 솔, 레바논 파운드만 예외인 정도. 이는 미국의 경기부진 및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 달러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됐으며 달러화는 올들어 유로, 엔, 파운드 대비 10.5%, 8.2%, 6%씩 상승했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설은 달러화에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수출악화와 은행권의 채권회수 불투명 등으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측면과 신흥시장 불안감 증폭이라는 명목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최근 역외매수세는 신흥시장에 대한 우려로 헤지매수에 나섰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란 것이 중론이지만 신흥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져 은행권이나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를 비롯 아시아 통화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주 싱가포르 달러는 11년, 대만달러는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며 시야를 넓게 바라봐야 한다. 달러/엔과의 연결고리는 지난주 상당히 느슨해진 상황에서 아시아 통화의 위기감과 궤를 함께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지난주와 같이 돌발적인 이슈가 보이지 않는다면 달러/엔을 다시 추종할 수 있는 핑계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엔화 움직임이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동남아, 아르헨티나의 불안함에 얼마나 동조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약세의 강도에 주목하면서 전 고점은 뚫고 올라 새 고점을 찾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차방정식 해법 난망 = 시장심리는 상당히 불안해진 상태다. 돌발적인 변수가 시장을 헤집어놓은 탓에 상흔이 남아있다. 수급이 다시 뒷전으로 물러선 상황에서 예측이 어려운 대외변수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의 레인지 장세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돌발 변수에 의해 힘을 발휘, 1,312.50원까지 기록한 상황에서 일련의 조정을 거친 환율방향에 대한 그림은 위쪽에 놓여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장님 문고리 만지기식의 거래형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변수 대입에 의한 2차 방정식이 아니라 변수를 대입해도 풀리지 않는 고차방정식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잇단 돌발수급의 빈발로 취약해진 시장 심리와 환율 예측에 대한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시장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수급장이 형성되나 불안감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하면 한쪽으로만 바라보는 외환시장의 생리를 감안할 필요도 있다. 달러매집은 시장불안심리의 작동과 함께하는 경향이 있다. 다소 과장된 공급우위론에 의해 상승이 가로막혔던 환율이 지난주 역외매수세에 의해 깜짝 상승한 것으로 미뤄 역외매수세의 지속 여부도 중요하다. 시장여건이 이들의 매수를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 엿새만에 순매수로 돌아서긴 했지만 주식 매도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접근하는 성향이 강한 외국인임을 고려하면 좋지 않은 시그널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 환율은 1,315원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1,320원에 대한 경계감은 상당히 강하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급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1,320원 이상에서는 당국 개입을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고 지난달 말 136억달러의 사상최고치인 거주자 외화예금, 올해중 1,00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등이 급등을 막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통신의 DR발행분(22억4,229만달러)도 당국의 든든한 총탄이다. 하락을 거듭하다 최근 조정을 거치고 있는 뉴욕 증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최근 아시아통화 약세가 아르헨티나보다 미국 경기둔화에 따른 지역경제의 침체우려를 반영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으며 뉴욕 증시 동향이 역외세력의 매매를 좌우하는 측면도 있다. [표] 은행권 딜러 환율전망치 (2001. 7. 16∼ 7. 20) -----------------------------------------     딜  러      전망치  전망일 ----------------------------------------- 한빛은행 강주영대리   1,305∼1,320  7. 14 산업은행 강한호과장   1,295∼1,310  7. 13 조흥은행 김장욱계장   1,300∼1,320  7. 14 기업은행 김성순계장   1,305∼1,320  7. 14 보스톤  김영천지배인  1,300∼1,310  7. 13 국민은행 김진권계장   1,305∼1,320  7. 14 제일은행 류동락과장   1,300∼1,320  7. 14 BOA   송화성지배인  1,295∼1,315  7. 13 도이치  신용석부지점장 1,300∼1,320  7. 14 스탠다드 안희준차장   1,300∼1,320  7. 13 ABN암로 정인우지배인 1,300∼1,320  7. 13 농협   이태헌과장   1,305∼1,320  7. 14 HSBC  윤희준과장   1,295∼1,315  7. 13 하나은행 조영석팀장   1,300∼1,315  7. 14 아랍은행 정운갑지배인  1,295∼1,320  7. 13 NAB   홍승모과장  1,300∼1,317  7. 13 ------------------------------------------ * (단위: 원) ** 전망치는 소속기관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개인 의견임.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