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0원 이상 치솟는 급등장세를 연출하며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장초부터 역외세력의 강한 매수세가 시장을 뒤흔들었으며 사자(롱)마인드가 지배했다. 원화는 최근 아시아 및 신흥시장 통화 약세 흐름에서 거리를 두는 듯 했으나 한 순간에 무너졌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9.80원 오른 1,308.80원에 마감했다. 지난 5월 16일 1,309.3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장중 환율은 1,310.30원까지 치솟아 불안한 시장심리를 그대로 반영했다. 선행지표로서의 역할을 하던 달러/엔 환율은 뒷전으로 밀리고 미 나스닥지수 등 새로운 지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 동남아 및 신흥시장의 불안에 대해서도 눈길을 함께 두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울타리에서 소외됐던 흐름에서 역류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분위기. 역외매수세가 이에 근거를 두었다면 매수를 이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달러/엔의 하향 조정세가 위쪽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스닥 등 주식시장이 거래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 국내외 증시의 하락세는 환율 상승을 자극할 전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잠잠하던 역외세력이 달러/엔 동향과 상관없이 매수에 나서 시장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장 초반 달러/엔 하락세를 보고 팔자(숏)에 나섰던 거래자들이 의외로 강한 역외매수가 이어지면서 포지션이 엮이면서 일방적으로 휘둘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밤새 뉴욕장에서의 NDF시장에서 추가상승하면 내일 다시 출렁거림이 있을 것 같고 차익실현 등의 매물이 나오게 되면 포지션 정리가 있을 것"이라며 "내일 아래쪽으로는 1,303원 정도에서 위쪽으로는 1,312∼1,315원까지 범위를 넓힐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시중은행에서는 업체 네고물량이 꽤 나왔음에도 역외에서 이를 흡수했다"며 "역외에서 신흥시장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아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사들이자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엔화가 막판 다시 강세로 돌아서 내일 역외매수 지속여부와 함께 혼조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며 "1,300원은 안착된 분위기이나 1,310원 이상은 달러/엔 상승 등의 모멘텀이 주어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역외매수세의 '힘' = 역외매수세에 일방적으로 휘둘렸다. 뉴욕장에서 모 외국계펀드의 강한 매수세가 NDF환율을 적극 올린데 이어 이날 싱가포르에서 또 다른 펀드가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신흥시장과 아시아 등지의 펀더멘털이 악화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매수세가 적극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의 순매도분이 역송금수요로 시장을 자극, 이날 2억∼3억달러 가량이 환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물량 부담에 의해 다른 통화와 달리 원화 강세를 유지했던 측면이 다소 거품이 빠졌다. 달러/엔은 125엔대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달러/원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전날 뉴욕장에서 125.32엔에 마감한 달러/엔은 일본은행(BOJ)하야미 총재가 "엔화 강세는 좋다"는 발언이후 124.98엔까지 떨어졌으나 이내 급반등해 125.73엔까지 튀었다. 일본의 7월 경제전망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으나 런던장으로 넘어가면서 다시 급락, 오후 5시 10분 현재 124.98/125.02엔에 거래되고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3원 오른 1,30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밤새 뉴욕장에서 NDF환율이 강한 매수세를 업고 1,306원까지 올라선 데 자극받았다. 개장 직후 환율은 잠시 이날 저점인 1,301.50원으로 밀렸으나 엔 방향과 무관하게 매수세가 몰리면서 차례로 레벨을 높였다. 일차저항선인 1,305원을 가볍게 뚫고 10시27분 전날보다 무려 11원이나 오른 1,31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이 나오면서 1,307원선으로 되밀렸으나 다시 매수세가 강화되며1,309.4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40원 낮은 1,309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309.50원까지 잠시 올라섰다가 이내 반락하면서 1,308원선을 주 무대로 했다. 역외의 추가매수나 엔화의 약세의 진전이 없어 제한된 범위에서 등락했다. 그러나 장 후반들어 갑작스레 불거진 모 생명보험사관련 악재 루머에 동요하며 15시 58분경 1,310.30원까지 고점을 높인 환율은 1,309원선에서 움직이며 마감했다. 나흘째 국내 증시에서 주식 순매도세를 보인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64억원, 14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 월요일 순매도분 1,874억원이 역송금수요로 등장해 환율 상승을 도왔다. 장중 고점은 지난 4월 30일 1,323원이후 최고점인 1,310.30원, 저점은 1,301.5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8.80원을 기록했다.이달 들어 변동폭이 가장 컸던 전날의 7원을 하루만에 능가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32억7,1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3억9,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9억9,790만달러, 4억1,640만달러가 거래됐다. 12일 기준환율은 1,307.4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는 12억5,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준 25억8,900만달러, 수입은 15% 감소한 38억4,4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