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항공운송국인 우리나라가 항공안전 분야에서는 최하위권 국가로 전락,국제운항상의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최근 수년동안 잇달아 발생한 항공참사들로 인해 국내항공사와 관리당국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됐으리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처럼 항공안전 '위험국가'로 낙인찍혀 국제항공계에서 따돌림을 당할 지경에 몰렸다는 것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상태에서 내년 월드컵 손님을 맞아야 한다니 아찔한 일이 아닌가. 건설교통부가 뒤늦게 공개한 바로는 미국연방항공청(FAA) 조사반이 지난 5월 방한,우리정부의 항공운항관리 시스템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예비조사한 결과 8가지 전 항목에서 수준이하의 낙제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FAA 조사반은 오는 16일 다시 방한해 최종평가를 벌여 그동안의 대책이 미흡했을 경우 항공안전위험국가인 '2등급' 판정을 내릴 것이라고 하니 이제 우리 항공업계는 벼랑에 내몰린 상황이 되었다. 2등급 판정을 받으면 국내항공사의 미국내 신규취항이 금지되고 항공사간 국제협력체제도 폐기돼 그야말로 국제항공계에서 '왕따'를 당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막대한 적자에 시달려온 국내 항공사들은 치명적 영업손실을 입게 될 것이고 승객들도 심각한 불편을 겪을 것이 뻔하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데는 그동안 모든 항공안전사고의 책임을 항공사에 떠넘기고 정부차원의 대책을 소홀히 해온 건교부의 책임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건교부는 항공국 인원을 늘리고 관련부서도 5개과에서 7개과로 확대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하지만 최종평가까지 워낙 시일이 촉박해 제대로 보완이 될지 의문이다. 이미 때늦은 감이 있지만 성의를 다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항공법 개정 등의 근본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FAA의 조사는 정부에만 국한된 것이지만 우리나라가 항공안전 낙후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데는 항공사들도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97년 괌 참사 이후 잇달았던 대형사고들과 최근의 항공사 파업사태 등이 한국에 대한 국제적 불신을 키우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항공업계가 앞으로 당할 고통은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항공사들은 항공운송의 양적 팽창만을 자랑할 게 아니라 항공안전 전 분야에서 안전불감증을 도려내기 위한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