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기 <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honglaw@unitel.co.kr > 하리수를 만난 지 2년이 넘었다. 당시 '애희'라 불리던 가녀린 여인은 '여성'으로 호적을 바꿔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얼마 후 성별 정정신청을 해 보려고 '애희'를 찾았더니 일본으로 가고 없다고 했다. 2년 만에 나타난 '애희'는 '하리수'라는 유명인이 돼 있었다. 성염색체나 외부성기 등 육체적인 성별에는 이상이 없으나 성 자아의 인식에 장애가 있어 본인 스스로 반대의 성에 속한다고 믿고 그 성으로 생활하는 증상을 '성전환증'이라고 한다. '성전환자(트렌스젠더)'는 성전환증을 겪는 사람들 중 성전환수술까지 감행한 용맹한 부류다. 이들은 그동안 스스로 음지만을 찾아 생활해 왔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는 것이 끔찍하고 외국여행을 하기도 불편하기 이를데 없다. 유흥업소 종업원 말고는 달리 생계수단도 마땅치 않다. '디아즈(Diaz) 대 오클랜드 트리뷴(Oakland Tribune)'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사실을 숨기고 대학 학생회장으로 맹활약하던 여성에 얽힌 출생의 비밀을 보도했던 신문사 오클랜드 트리뷴이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80만달러 가까운 거금을 물어야 했던 사건이다.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시는 소속 공무원의 성전환수술 비용을 의료보험 처리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하와이주는 1993년 법원의 판례로,버몬트주는 작년 4월 입법으로 '동성부부'를 인정했다. 지난 4월1일부터 발효된 네덜란드의 가족법도 동성부부를 인정해 연금수령권은 물론 입양까지 허용했다. 지난 95년 박보경씨가 의정부지원에서 성별 정정허가를 얻은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박씨는 기품있는 중년여성으로 생활하며 같은 처지의 다른 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박씨를 타고난 성으로 묶어두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이 다시 타고난 성으로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성자아를 찾으려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도 존중받고 대접받을 권리가 있는 '시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