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옥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문화산업은 21세기 국가경쟁의 최후 승부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세계는 이미 우세한 문화력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전쟁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국경과 국민이 있더라도 나라 문화의 힘이 약하면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가 고유하고 독창적이며 차별성 있는 '문화의 산업화'를 소홀히 하면,종국에는 서구 문화에 종속되어 유구한 민족문화는 퇴색 또는 사장되고 말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자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가구산업과 리므즈(도자기) 포도주 등이 독보적 상품이며 이탈리아는 가구,피혁제품,밀라노의 모자등이 세계적이다. 이탈리아에는 1백80만여개의 각종 공방이 있다. 이들 공방에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공예인들이 자국의 전통 문화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시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대 '문화재 보호법'에 이어 80년대 '전통공예 진흥법'을 제정하고 전통문화의 각 분야에서 뛰어난 기·예능을 보유한 사람을 '보유자'로 인정하여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공예 같은 분야는 날이 갈수록 사양화하여 기능보유자는 고령화되고 전승활동은 미미해져 단절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실정이다 보니 전통을 보전하는데 급급,창조적 변형이나 경쟁력 있는 문화 산업화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가에서는 의무공개활동에 따른 지원금을 줄였으며,이수자 및 문하생 교육은 기·예능 보유자에게 일임해 두고 있어 체계적 전승활동도 부실하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먼저 전통문화예술을 장기적으로 진흥 발전시킬 대책을 국가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경제 노동 교육 등의 경우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어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화해 실행하는 방안을 만들어내고 있으나 전통문화 분야는 변변한 연구기관조차 없다. 우리나라가 21세기 문화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문화세기'니 하는 구호보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세계적 문화예술로 승화·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은 전통공예를 비롯한 전통문화 계승·발전에 종사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각급학교 교육과정을 확충해야 한다. 전통음악이나 연희,일부 전통공예 분야는 조기에 학교에서 교육시켜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제7차 교육과정을 보면 전통문화 학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전통음악의 몇몇 종목에 한정되어 있다. 교육과정 속에 교과목과 시수가 편제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초·중·고에서의 교육은 '기초단계'수준에 불과하다. 장래 전통문화 분야에 종사할 인력을 전문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고등교육의 경우 서구 학문에 집중돼 있어 전공학과가 거의 없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공예분야는 전무한 형편이다. 특히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의 경우 각별한 의지를 가지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고자 해도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정책'으로 전공학과를 신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선진국들과 본격 '문화전쟁'을 치르려면 국가차원에서 투자와 지원을 해도 경쟁력있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족쇄를 채운 채 뛰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올해 교육인적자원부는 '두뇌한국 21(BK21)정책'에 따라 대학정원의 감축이 있게 되면, 국가적으로 인력양성이 시급한 정보기술(IT)분야와 전통문화 분야에 우선 증원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IT분야는 증원을 허용해 줬다. 하지만 전통문화 분야는 아직 늘려주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통문화 분야 대학졸업자들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증원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전통문화 분야는 우리의 전통적 의식과 가치관 및 민족의식이 담겨있는 분야다. 그러므로 특별 보전조치 및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전통문화 시장은 넓어지며 좋은 자질을 가진 젊은이들이 적극 참여해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화가 보다 앞당겨질 것이다. hongeo@mj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