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동 < 인젠 대표이사bdlim@inzen.com >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이 전범 재판소의 법정에 세워졌다. 유고 내전은 나토군의 물량 공세로 휴전협정을 얻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에게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은 서방의 물량 공세나 국제 여론이 아니었다. 실제로 나토군은 토네이도 전폭기와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유고의 군사시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밀로셰비치가 굴복하지 않자 나토는 유고의 기간산업을 초토화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밀로셰비치는 자국의 기간산업이 폭격을 당해도 나토의 압력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이때 동원된 특수팀이 바로 미국의 해커팀이었다고 한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미국의 해커팀은 스위스 비밀계좌에 보관돼 있는 밀로셰비치의 비자금을 모두 빼내 버렸다고 한다. 나토군의 폭격에 눈 하나 꿈쩍 않던 밀로셰비치도 자신의 비자금이 날아가 버리자 나토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커를 동원해 타국의 전산망이나 군사시설을 무력화시키는 해커전쟁은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현대군사전략의 기틀을 마련한 오스트리아의 군사학자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이란 적으로 하여금 이쪽 의지에 굴복하게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폭력행위'라고 규정지었다. 그렇다면 유고내전을 비춰 볼 때 해커팀을 동원한 나토의 작전이 다른 여타의 군사작전에 비해 가장 확실하게 밀로셰비치를 굴복시켰다는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기업체나 국가의 정보를 보호하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P-3 오라이온 정찰기 한 대가 지니는 엄청난 군사정보를 지켜내기 위해 미국이 들인 공이 결코 적지않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보 누출로 인해 전쟁에서 패하는 국가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각인하고 있을까.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지킬 수 있는 힘도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