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홈쇼핑의 최영재 사장을 만나면 세번쯤 놀라게 된다. 우선 올해 예순인 최 사장은 육척 장신의 거구다. 겉 모습에서 젊은이를 능가하는 건강과 힘을 뿜어낸다. 그와 얘기를 하다보면 걸걸한 목소리로 쏟아내는 일에 대한 열정에도 기가 질리게 된다. 회사 얘기만 나오면 온라인 쇼핑업체인 LG홈쇼핑의 실적과 비전에 대한 열변이 끝없이 이어진다. 외모와 목소리만 들어봐도 그가 얼마나 지독한 "일벌레" 인지를 금방 눈치챌 수 있다. 화제가 경제와 유통산업 쪽으로 넘어가면 또 다른 치밀함과 섬세함에 맞닥뜨리게 된다. 지난 65년 (주)럭키에 입사한 후 36년간을 소비재 생산과 유통에만 매달려온 전문가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LG홈쇼핑은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유통회사입니다.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한국에서 가장 우량한 유통업체를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최 사장은 TV홈쇼핑 카탈로그판매 인터넷쇼핑몰 등 무점포 유통 채널을 엮어 오프라인에서 내로라하는 백화점 할인점들을 누르고 최고의 유통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LG홈쇼핑은 현재 세계 TV홈쇼핑 시장에서 미국 QVC사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6년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후 고속 성장을 거듭해 6년째인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은 이같은 급성장을 선두에서 지휘해 왔다. 그가 사령탑을 맡은 97년만 해도 경쟁사인 39쇼핑에 뒤졌으나 취임 1년만에 전세를 역전시켜 정상으로 올라섰고 회사를 흑자 기조에 몰려 놓았다. "하반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TV홈쇼핑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 값 싸고 질 좋은 우수 제품을 발굴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면 앞으로 5년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최 사장은 케이블 방송의 시청 가구수가 내년에 6백만명에 이르고 TV홈쇼핑 이용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전망이 무척 밝다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내년에 1조5천억원, 오는 2005년엔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경영의 요체는 고객 만족입니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니즈를 파악해 가치를 제공하고 정직하게 대하면 일류 회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사장을 속이는 것은 용서해도 고객을 속이는 일은 용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임직원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83년 LG화학 기획담당 이사에 임명된 후 20여년간 임원을 맡고 있는 최 사장은 "소비자는 워낙 변덕스럽기 때문에 그들을 만족시키려면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긴장된 생활을 해야 하는게 가장 힘들다"도 털어놓았다. 일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 "다혈질"이라는 평도 듣는 최 사장은 임원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대상이 누가 되든 격의없이 토론을 즐기는 등 성격이 화통하다. 경영자에서 물러나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시골에 내려가 전원주택을 짓고 화초를 가꾸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 *** 약력 *** 42년 경남 고성 생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 65년 (주)럭키 입사 83년 LG화학 이사 90년 LG화학 생활건강CU 부사장 96년 " 사장 97년 LG홈쇼핑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