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건용 총재 > 산업은행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기업에 설비자금을 지원하는 업무는 이제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우자동차 해외매각,회사채 신속인수,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채권단상설협의회 구성등에서 굵직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산업은행으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외환시장등 자금시장에선 "큰 손"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겪으면서 산업은행은 국내금융 시장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 산업은행 역시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최근 1~2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대우 현대 등 주요 거래기업이 부실화되면서 부실여신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산에서는 1조3천억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올들어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찾아나서는 등 경영전반에 일대 혁신을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정건용 산은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총재가 전국 35개 지점을 돌며 일선 영업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 총재는 신속한 의사결정체제를 구축해 고객들에게 빠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은은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서 평상시 거래기업에 대한 경영및 자금사정을 정확히 파악해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기업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는 10분안에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스피드경영"을 중점 추진과제로 삼고 있다. 산은은 7월초 삼일빌딩 시대를 마감하고 여의도시대를 개막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에 새로 둥지를 트는 것을 계기로 투자은행업무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올들어 5월까지 총 4조원의 회사채 발행을 주선해 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7.9%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도 올 3월말 현재 누적 주선금액이 43조원으로 전체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 6월 한국전력의 민영화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3조원규모의 한전 주식을 출자받아 자본금이 4조1천1백19억원에서 7조1천1백19억원으로 늘어났다. 산은은 "자기자본 확충으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외신인도 향상으로 외화자금을 보다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익중시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5월 11본부 23부실인 본점 조직을 9본부 20부실로 개편,영업부문을 대폭 확대했다. 또 경영관리부문을 선진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BPI(업무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위험관리,수익관리,고객관리 등 전반적인 경영관리에 대해 외부 컨설팅기관의 자문을 받아 업무프로세스 재구축작업도 추진중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