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가 대쪽 대쪽 하는데 아무데나 마구 찌르는 죽창이다"(민주당 이규정 고충처리 위원장) "민주당에는 남녀 없이 조폭수준의 인물이 왜 이리 많나"(한나라당 장광근 수석 부대변인) 영화 '친구'에서나 들어봤음직한 거친 말들이 요즘 우리 정치권에서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 대표라는 표현이 무안할 정도로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발언들이 아무런 여과없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지방자치위원장의 지난 5일밤 욕설이 대표적인 예다. 아무리 취중이라 하더라도 '사주 같은 놈' '이회창 이놈' 등은 공인으로서 입에 담아선 안될 말들이다. 자신의 입장에 반대한다고 같은 당의 의원을 겨냥해 '미친 X들'이라고 한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 의장도 마찬가지다.'아줌마가 술취해서…'란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 의장의 인신공격성 비난도 '그 나물에 그 밥'격이다. 여야의 저질발언 수준은 거의 '막가파식'에 이른 듯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여야간 정책대결은 이미 실종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대신 상대당을 음해하는 발언은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상대당 총재나 지도부 일원을 인신 공격하는 대목에선 정치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간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체제를 후진 독재국에 스스럼없이 비하하는 대목에선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남미에서는 정권을 뒤집고 연장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우리라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 의장)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이회창 총재는 법조인으로서 이미 타락했다"(민주당 이치호 윤리위원장)는 등 그 어디에서도 정치인의 기본인 금도는 찾아보기 어려운게 작금의 현실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게 내년 대선을 겨냥한 여야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민생은 뒤로한채 집권욕에 사로잡혀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인들의 입은 거칠어질게 뻔한 상황이다. 결국 상생의 정치는 구호에 그치고 '정치는 4류'란 얘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 국민들만 치솟는 불쾌지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